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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5일제 선제 도입하자는 은행노조, 소비자 불편 우려부터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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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5일제 선제 도입하자는 은행노조, 소비자 불편 우려부터 살펴야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5.09.04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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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가 금융권에 4.5일제 도입을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3년 전 같은 주장을 펼쳤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과 연계해 4.5일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금융노조는 내수진작, 저출산 해결을 위해 4.5일제 도입이 필요하고, 금융권이 이를 먼저 시행해 근무일수 단축 분위기를 확산시키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이 이번에는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지 미지수다.

가장 큰 변수는 소비자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이다. 당장 은행 점포 축소에 따른 취약층 소외문제가 심각한데, 영업일수까지 축소할 경우 그 여파가 적지 않다.

2020년 4425곳에 달했던 5대 은행 점포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3755곳으로 4년 반 동안 670곳이나 순감소했다. 기존 점포를 폐쇄하면서 대신 한정된 업무만 취급하는 출장소만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이에 대해 계속 제동을 걸고 있다. 2023년 영업점 폐쇄 시 ▲사전 영향평가 ▲고객 의견수렴 ▲대체점포 마련 ▲정보공개 확대 ▲사후 지원 등 절차를 강화하도록 했다. 또 반경 1km 안에 있는 점포를 통폐합하는 예외 조항을 삭제하거나 점포 폐쇄 결정에 반드시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는 등 추가적인 제도 보완도 검토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만 불편을 겪는 게 아니다. 기업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경제의 핏줄 노릇을 하고 있는 금융사가 근무일수를 줄이면 기업이 금융업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심각한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내수진작과 저출산 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효용성을 명문으로 내걸고 있지만,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3년 전부터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도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은 금융노조가 소비자의 불편함을 개의치 않는 행태로 비판을 받은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불가피하게 은행영업 시간을 단축했던 시기가 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됐음에도 은행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는 이듬해 1월에서야 되돌려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산업은 시장경제를 움직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공공성이 요구된다.

더군다가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IMF사태 때 16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혈세를 공적자금으로 지원해줬던 탓에 공공성에 대한 요구가 더우 강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이 소비자와 기업의 불편을 외면하고 4.5일제를 먼저 도입하겠다는 주장은 호응을 받기 어렵다.

대통령 공약 이행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서 이를 추진한다고 해도 금융노조가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끌어내고 소비자 불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경청하는 등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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