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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2000건 민원 중 교환·환불 달랑 13건…'한국형 레몬법'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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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2000건 민원 중 교환·환불 달랑 13건…'한국형 레몬법' 유명무실
전문가들 "소비자 권익 강화 방향으로 개선 필요" 주장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3.06.0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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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실제 교환·환불 사례는 총 13건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무결함을 제작사가 입증하도록 하고 적용 기간을 연장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제도(한국형 레몬법)에 따라 지난 4년여간 2000여 건의 요청이 제기됐으나 교환은 8건, 환불은 5건으로 채 1%도 되지 않았다.

레몬법은 자동차 신차(1년 이내 주행거리 2만km 대상)에 중대 결함이 2회, 일반 하자가 3회 이상 발생할 때 구매자가 제조사에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자동차관리법·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다.

현재 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5사와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포르쉐·볼보·토요타(렉서스)·포드·혼다·캐딜락·테슬라·스텔란티스(지프, 푸조)·폴스타 등 15개 수입 승용차 판매사가 한국형 레몬법에 따라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레몬법이 처음 시행된 미국에 비해 아직 소비자에게 미흡한 측면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차량 결함으로 불편을 겪는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현행 한국형 레몬법 적용 대상은 차주에 인도된 후 1년/2만km 이내인 신차로 한정된다. 또한 인도일로부터 6개월 이후의 하자는 소비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차이가 있으나 최대 2년/2만4000마일(약 3만8600km)까지 레몬법에 따라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일부 주에서는 신차뿐만 아니라 중고차에도 제한적으로 레몬법을 도입한 경우가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 내구수명이 10년이 넘어가는 현실에서 1년 이내의 신차에만 레몬법이 적용되는 것은 소비자 편익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레몬법 적용 기간을 넓히는 한편 문제 책임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이 다를 경우 '동일한 하자'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예컨대 똑같이 기어 조작 시 차량이 울컥거리는 불량이 있더라도 첫 번째는 변속기 내 부품 문제, 두 번째는 ECU(자동변속기 제어 장치) 문제로 진단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같은 증상이라도 각기 다른 문제로 판정돼 레몬법 적용을 받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중대하자 1회, 일반하자 2회 수리한 후 같은 하자가 재발할 때 하자재발 통보서를 작성해 자동차 제작사에 제출해야 레몬법 적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차량 구매나 수리 시 교환·환불 관련 사항을 안내받지 못할 경우 레몬법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형 레몬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에 정부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우선 현행 제도에서는 '교환·환불만 가능하다'는 점을 보완하고자 올해 중 중재 전에 ‘조정’ 절차를 도입해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하고 보상, 수리 결정도 가능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이외에 소비자가 차 매매계약 시 교환환불에 대한 구체적 내용 확인 없이 '중재규정'을 수락함으로써 권익보호 기회가 차단될 우려가 있었는데 하반기 중 법 개정을 통해 '중재규정 수락시기'를 ‘중재를 신청할 때’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처럼 소비자 중심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마련하는 한편 자동차 무결함을 제작사가 입증하는 방식으로 레몬법을 개선해야 한다"며 "또한 같은 차량에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경우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조사해 문제 개선을 제작사에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대표도 "자동차 결함은 인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선제적 예방책이 레몬법과 함께 운영돼야 한다"며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차량 제조사가 적극적으로 하자를 조사하고 불량이 있으면 소비자에게 즉각적으로 보상하게 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자가 있는 신차에 대해 중재판정을 하는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측은 "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므로 신중히 판정해야 한다"며 "최종 교환·환불로 판정된 비율은 낮다고 볼 수 있으나, 중재절차 중 소비자와 제조사가 원만히 합의해 분쟁을 해결하는 사례는 중재신청건 중 32.3%에 달한다"고 전했다.

소비자 편익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중재신청 시 순조롭게 절차 진행이 가능하도록 전산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폭넓은 소비자 구제를 위해 중재보다 유연한 분쟁해결방안을 도입하고자 다방면으로 검토 및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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