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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 자정 노력에도 허위 매물·성능점검 부실 등 피해 속출...현대차 진출로 불신 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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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 자정 노력에도 허위 매물·성능점검 부실 등 피해 속출...현대차 진출로 불신 씻을까?
소비자 민원 1위 품질, 2위 성능기록부 부실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3.10.23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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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엔카닷컴에서 진단한 중고차를 선택해 구매했다. 판매자도 차량 상태가 너무 좋다고 했으나 시승 때 에어컨이 안 되는 부분을 확인해 고지했다. 다음날 고속도로 주행 중 떨림과 소음이 이상하더니 졸음쉼터서 잠시 쉬었다 출발하려고 하니 경고등이 들어왔다. 그다음 날에는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김 씨는 "구매한 지 얼마 안 돼 경고등이 뜨고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며 "엔카닷컴에서 진단한 차를 믿고 구매할 수 있게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남 광양시에 사는 신 모(남)씨는 케이카에서 지난 5월 단순 수리도 없는 차량이라고 해서 시세보다 200만 원을 더 주고 중고차를 구매했다. 최근 뒷펜더 우측 도색이 벗겨지면서 해당 부분을 수리한 흔적이 발견됐다. 케이카에 따졌으나 보증수리는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씨는 "계약 당시 외부 판넬 판금 도색에 대해서는 고지받지 못했고 차량성능점검기록부에도 쓰여있지 않았다"며 책임을 촉구했다.

현대자동차가 오는 24일부터 인증중고차 판매를 시작함에 따라 중고차시장에서 그동안 소비자들이 겪었던 피해와 불편사항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현대자동차가 인증중고차 사업 진출을 놓고 중고차매매업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자정 노력을 외치기도 했지만, 그동안에도 소비자의 피해와 불만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중고차 관련 소비자 불만은 200여 건을 웃돌았다.

품질 관련 불만이 31.7%로 비중이 가장 컸고 성능·상태점검기록부와 상이한 매물 상태에 대한 불만도 18.0%에 달했다. 계약금만 떼이거나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불만도 15.0%로 뒤를 이었다. 품질, 불명확한 차량 정보 등 여러 이유로 소비자들은 환불이나 반품을 요구하면서 관련 불만도 12.0%로 집계됐다.
 
중고차는 특성상 엔카, 케이카, KB차차차 등 중고차 매매 플랫폼 외에 매매상사에서 거래하며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중고플랫폼을 통해 개인끼리 거래했다가 차량에 문제가 발견됐으나 상대방이 잠수해 구제받지 못하는 일도 잦았다.
 


소비자 불만이 집중된 중고차 민원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누유나 부식, 파손 등 중고차 품질 관련 불만이 31.7%로 가장 많았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구매한 중고차에 외관상 문제가 발생함은 물론 주행 관련 부품이 고장 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중고차를 구매한 지 하루도 안 된 시점에서 엔진 경고등이 뜨거나 변속기 관련 부품이 고장 나 200만 원 이상의 수리비가 청구되는가 하면 구매 후 한 달도 안 돼 중고차 루프가 떠지고 도색이 갈라져 카센터에서 수리해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 뒤늦게 안전벨트에 흙이 함께 묻어나오며 침수했던 게 밝혀진 차량도 있다.

이렇게 품질 문제가 있는 매물은 추후 되팔 때 가치가 크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자칫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중고차 내부가 녹슬어 있거나 내부 부품 불량이 있어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중고차 내부가 녹슬어 있거나 내부 부품 불량이 있어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120조에 따르면 매매업자는 중고매물의 주행거리, 사고 유무, 주요 장치의 상태 등을 알려주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고객에게 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중고차 매물의 사고 이력이나 부품 이상 등이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기재되지 않는 사례도 빈번하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단순 수리 하나 없는 차량이라 나와 있어 구매하고 나니 후측 팬더 도색이 벗겨져 수리한 사실이 발견되는가 하면 무사고 차량이라 기재돼 있었으나 나중에 되파는 과정에서 사고 차량임이 밝혀지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이외에 중고차 계약금을 먼저 받은 뒤 구매를 취소할 때 이를 돌려주지 않는 사례가 나타났다. 브레이크패드가 실제 서비스 보증품목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보증수리가 가능한 것처럼 속이는 문제도 제기됐다.

중고차를 구매한 지 얼마 안 돼 중대한 하자가 발견돼 보증보험을 받고자 했는데 해당되지 않는다며 거절당하는 사례나 수리비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10.8%에 달했다.

중고차 허위매물에 대한 제보도 7.2%로 나타났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을 보고 찾아갔는데 현장에 도착하고서야 매물 정보를 잘못 올렸다며 다른 차를 권유하는 행태가 여전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중고차 허위매물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27건에 달하는 미끼용 가짜매물 사례가 발견됐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케이카·엔카닷컴·KB차차차 등 주요 중고차 플랫폼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케이카 측은 "판매하는 전체 매물을 100% 진단하고 점검기록부 내용 및 자체 진단 결과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했다"며 "특히 전문지식을 갖춘 차량평가사가 중고사 성능 및 상태를 진단한다"고 전했다.

엔카닷컴 측은 "직접 판매자 매물을 성능 점검하고 추가 검수를 거쳐 제공하고 고객에게 직접 해당 차량 상태 설명과 상담도 진행하는 '엔카믿고'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며 "허위매물 전담팀을 통해 허위매물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KB차차차 측은 "무사고 차량만 선별해 직접 진단한 후 판매하는 인증중고차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며 "딜러가 허위 매물을 올릴 시에는 즉시 탈퇴 조치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24일부터 현대차 인증중고차 서비스를 기점으로 중고차 시장의 신뢰성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차에 따르면 인증중고차 서비스는 270여 항목의 성능 검사와 상품화를 거쳐 판매되며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AI 프라이싱 엔진 등으로 매매 과정에서의 신뢰성을 높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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