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소비자실태평가 명암㊦] 법제화로 되레 퇴보 지적...변별력 떨어지고 고평가 유인 '당근'도 없어
상태바
[소비자실태평가 명암㊦] 법제화로 되레 퇴보 지적...변별력 떨어지고 고평가 유인 '당근'도 없어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3.11.24 0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들의 소비자보호 역량을 평가하는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이하 실태평가)가 '3년 주기제'로 바뀐지 올해 만 3년이 됐다. 매년 실시하던 평가를 '1년 평가·2년 자율진단'방식으로 바꾸면서 심층 평가가 가능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실질적으로는 3년에 한 번 평가를 받게 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 신문은 금융당국과 금융업권 소비자보호 담당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실태평가가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어떻게 개선돼야 할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실태평가가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에 포함되면서 법적 지위를 갖게 됐지만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법제화로 인해 평가 자체가 퇴보됐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법제화로 현행 실태평가 항목 자체가 가이드라인이 되면서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보호 역량 강화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기보다는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의 평가를 받기 위한 수동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종합등급 '양호' 이상 고평가를 받은 금융회사들에 대한 '당근'이 없어 회사들이 실태평가를 잘 받기 위한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 금융회사 고평가 받을 유인 사라져..."실태평가 법제화 영향 없어"

다수 금융회사들은 현행 실태평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한 유인책이 없어 많은 자원을 투입해할 필요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현행 실태평가에서는 종합등급 5등급 중에서 '미흡'과 '취약' 등급을 받으면 금감원 차원에서 경영진 면담과 지속적인 컨설팅을 받게 된다. 경영진 면담이 있다는 점은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종합등급 '우수'나 '양호'와 같은 고평가를 받았을 때 주어지는 '상(賞)'은 없다. 개별 회사 차원에서 소비자보호부 직원들의 고과를 높게 평가하기는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받는 '당근'은 없다. 

이 때문에 실태평가를 잘 받기 위해 금융회사 최고 경영진들의 노력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좋은 평가를 받은 회사들이 자사 홍보를 위해 보도자료 형태로 홍보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마저도 큰 메리트로 느껴지지 않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CEO의 경영 성과는 결국 숫자로 나오는 것인데 현행 실태평가 체제에서는 윗선을 움직일 수 있는 당근이 없다 보니 대부분 중간 정도 평가만 받으려고 한다"면서 "각 회사들이 플러스알파 차원에서 소비자보호 활동을 하는 게 아닌 금소법 틀에 맞춘 요식행위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답답해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소비자보호 역량 강화를 한 금융회사들에 대해 포상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과거 금감원은 실태평가와 금융사기 근절 관련 우수 금융회사에 대해 금감원장 명의로 우수기관으로 선정하기도 했고 금융위원회 역시 소비자중심경영 촉진을 위해 '금융소비자중심 경영인증제'를 도입했지만 현재는 유야무야된 상황이다.
 

▲금감원은 올해 상생금융 우수상품 공모전을 열어 금융회사들의 상품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상생금융 우수상품 공모전을 열어 금융회사들의 상품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 금감원이 상생금융 독려 차원에서 상생금융상품 공모전을 열어 우수 상품으로 선정된 회사들에 대해 금감원장이 직접 표창하고 자사 홍보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태평가 역시 금융회사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 만한 요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종합등급 미흡이 나오면 금감원이 개선 계획을 요청하고 대표이사 면담도 하는데 우수한 평가를 받은 회사에 대해서는 동기부여할 만한 메리트가 없다"면서 "최고경영자나 회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덜 신경 쓰게 된다는 점에서 평가를 잘 받은 회사에 대한 당국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평가대상 회사 80%가 '보통'...변별력 상실, 유용성 미지수

현행 평가체계에 대해서도 금융업권과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태평가는 종합등급 기준 5단계(취약-미흡-보통-양호-우수) 등급으로 구분해 발표하고 있는데 평가대상 회사 대부분 '보통' 등급을 받게 되면서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매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3년 간 실태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평가대상 회사 78곳 중에서 종합등급 '보통'을 받은 회사는 64곳으로 그 비중은 82.1%에 달한다. 그 다음으로 양호가 10곳(12.8%)이었고 미흡은 4곳(5.1%)에 그쳤다. 특히 올해 평가에서는 양호 4곳, 보통 18곳으로 미흡은 1곳도 없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실태평가의 목적은 소비자에게 금융회사 선택을 할 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데 평가 결과만 보면 이 회사가 소비자보호를 잘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양호 아니면 보통 등급인데 평가 취지에 적합한 정보로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금감원은 민원평가에서 실태평가로 전환하면서 당초 평가 등급을 3단계로 시작했다가 변별력 논란에 5단계로 확대했다. 그러나 현행 5단계 체계에서도 평가대상 회사 80% 이상이 특정 등급에 쏠려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흡 등급의 경우 첫 평가에서는 3곳이 나왔지만 올해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보호 역량이 전반적으로 레벨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등급은 기본적으로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소비자보호 역량 수준을 대부분 이행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업권별 특성을 반영한 평가 기준이 추가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행 기준은 모든 업권을 동일 기준에서 평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비자보호조직이 크고 민원이 적은 업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권별로 소비자보호제도 규정과 실효성이 달라 업권 특성에 맞는 평가기준과 고유 평가항목, 민원이나 불완전판매율 지표 외에도 소비자보호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별도의 객관적 지표가 반영됐으면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실태평가 개선을 위해 금감원 평가단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매년 금융회사 20~30곳의 소비자보호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서류·현장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인력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매년 70여 개 이상 회사에 실시하던 평가가 3년 주기로 바뀌면서 연간 검사대상 금융회사 수도 크게 줄었지만 최대 3년치를 평가하다 보니 금감원의 평가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현행 실태평가는 대분류 기준 정량평가 2개, 정성평가 6개이지만 세부 평가항목까지 포함하면 170여 개에 달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평가를 위한 서류양도 방대할뿐더러 현장 평가도 이틀에 불과해 금감원 평가단 인력 보강도 필수적"이라며 "현장평가 기간도 더 길어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