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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축소 종착지는?④] '디지털 금융 문턱을 낮춰라'...은행들 소외층 위한 대안 마련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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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축소 종착지는?④] '디지털 금융 문턱을 낮춰라'...은행들 소외층 위한 대안 마련 분주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4.05.2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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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던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디지털금융시대를 빠르게 앞당기는 결과를 남겼다. 비교적 젊은 세대들이 예적금 뿐 아니라 대출과 펀드투자까지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는 편리함에 젖어드는 동안 은행들은 발빠르게 점포를 줄여 나갔다. 그 결과 코로나19 팬데믹 3년 동안에만 전국에서 1000개 가까운 점포가 사라졌고, 이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층 소비자에게는 불편과 불이익으로 돌아왔다. 은행 점포 구조조정이 어떤 결과를 낳았고, 앞으로 어떤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지를 시리즈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인천광역시에 거주하는 70대 남성 A씨는 최근 신한은행에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 신한은행에서 고령자 편의를 위해 운영하는 '큰 글씨 ATM'에 부착할 안내 배너를 고령자 시각에서 만드는 작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1년 11월 시니어 고객의 디지털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시니어 고객 맞춤형 ATM'을 선보였다. 일반 ATM보다 글씨가 크고 안내 음성도 평소 속도의 70% 수준으로 느리게 설정해 고령층 고객이 쉽게 사용하도록 제작됐다. 

A씨는 거주지 인근에 있는 신한은행 고령자 대상 금융교육센터인 '학이재'에서 사전교육을 받고 배너 제작에 참여했다. 사전교육 단계에서 실제 ATM을 사용해보고 느꼈던 장·단점을 토대로 고령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안내 문구를 작성했다. 
 

▲ '큰 글씨 ATM' 배너를 만든 고령층 고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큰 글씨 ATM' 배너를 만든 고령층 고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년배 고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보니 더욱 애정이 갔던 A씨는 최대한 알아보기 쉽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근처 ATM에서 자신이 만든 배너를 볼 때마다 그는 흐뭇해한다. 

이는 신한은행이 지난해부터 인천광역시 고령사회대응센터와 함께 어르신이 직접 '큰 글씨 ATM'을 체험하고 안내판을 제작하는 '키오스크 달인되기' 사업의 일환이다. 디지털 금융시대에 소외될 수 있는 노령층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금융시대에 노인을 비롯한 디지털 취약층의 접근성 악화 등 '금융소외' 우려가 커지자 은행들은 이들을 포용하기 위해 다양한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 점포나 ATM 존치 만큼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비대면 중심으로 바뀌는 금융환경에서 소외계층이 낙오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목적이 크다.

지난 2021년 1월 금융위원회가 배포한 '고령층 친화적 디지털 금융환경 조성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연령 65세 이상 남녀 165명 중 61.9%가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점포를 방문하고 있고, 65세 이상 고령자 그룹에서는 그 비율이 75.1%에 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자들이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음성 서비스 이해나 기기조작 불편(76.9%) ▲본인인증이 어렵다(64.8%) 등을 꼽았고 이 외에도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음 ▲순서가 복잡하고 설명이 어렵다 등이 주된 이유로 제시됐다. 고령 소비자들은 디지털기기 조작이 불편하고 어렵기 때문에 점포를 찾게된다는 결론이었다. 

교육 뿐만 아니라 은행들은 고령층 고객이 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 콘텐츠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 개선에도 집중하고 있다. 앱을 복잡하지 않게 만들고 글씨를 키워 가독성을 높이고 고령자 전용앱을 만들어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형 시중은행인 A은행 관계자는 "점포 형태에 있어서도 고객이 디지털 기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의 모습으로 구상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디지털 기기 활용도가 도입 초기에 비해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디지털 금융 전환 불가피... 취약층 '포용'을 위한 대안은?

디지털 금융시대에 은행들이 금융소외계층을 위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은 교육분야다. 비대면 거래 확대와 오프라인 점포 축소라는 흐름 자체를 거스를 수 없으니 금융소외계층이 디지털 금융에 최대한 쉽게 녹아들도록 교육을 통해 돕자는 취지다.

지난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교육이 법제화되면서 금융역량평가를 3년마다 실시하고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교육협의회가 법적 지위를 갖게 되는 등 법적 인프라도 개선되고 있다.

학계에서도 금융교육은 디지털 금융시대에 소외계층을 돌볼 수 있는 가장 간편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디지털 금융에 숙달되도록 반복적으로 체계화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조혜진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지털금융 교육도 일회성이 아니라 연속성을 갖고 체계화시켜서 정보 전달부터 상담 등 전 과정을 패키지로 진행하는 교육 플러스 알파가 앞으로 이뤄져야한다"면서 "금융교육이 법제화가 된 시점에서 그 정도 수준은 할 수 있을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금융교육 외에도 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 금융도구를 고도화해서 금융소외계층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선하는 작업도 요구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체 은행 고객의 21.2%가 60대 고객이지만 모바일뱅킹 이용자 중 60대 이상은 10.3%에 그쳤다. 아직까지도 고령자 중 상당수가 대면 채널을 선호한다는 의미이지만 거꾸로 디지털 금융 가속화가 될수록 이들이 금융업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 모 은행의 모바일 뱅킹앱. 고령자 모드(오른쪽)에서는 일반 모드(왼쪽)에 비해 메뉴가 간단명료하고 글씨 크기도 더 크다.
▲ 모 은행의 모바일 뱅킹앱. 고령자 모드(오른쪽)에서는 일반 모드(왼쪽)에 비해 메뉴가 간단명료하고 글씨 크기도 더 크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금융소외계층의 모바일 금융 인프라 구축은 금융당국도 주요 관심사안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의 금융접근성 강화를 위해 ▲대면·비대면 인프라 개선 ▲은행권 금융앱 고령자모드 운영 점검 등을 제시하는 등 인프라 개선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중 모바일뱅킹 고령자 모드 운영은 지난 2022년 2월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금융앱 구성지침이 마련됐고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18개 은행 모두 고령자모드 앱 출시를 완료했다. 보험, 카드, 증권 등 2금융권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 은행마다 금융소외계층 전용센터·앱 만들고 "인프라 구축 중"

은행들은 금융소외계층들이 디지털 금융에 최대한 쉽게 녹아들도록 교육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비대면 금융이 본격화되기 전이었던 2010년 초반에는 금융감독원 주관 '1사1교 금융교육'과 같은 수동적인 금융교육이 많았지만 현재는 금융교육을 위한 별도 시설을 만들고 독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이다. 
 

▲ 고령층 금융교육 인프라 구축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신한은행 '학이재'의 프로그램 구성도
▲ 고령층 금융교육 인프라 구축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신한은행 '학이재'의 프로그램 구성도

앞서 언급된 신한은행 '학이재'는 성공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인천광역시에 세워진 학이재는 한 공간에서 디지털 금융교육부터 디지털 기기 체험, 개별상담까지 원스톱으로 진행되도록 구성되어있다. 특히 일회성이 아닌 반복 교육과 이후 상담까지 이어져 단순 배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숙달로 이어지도록 돕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9월 개관 이후 월평균 300여 명 이상 디지털 금융환경 체험과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 등을 진행 중이며 시니어 고객 기준 약 1500여 명이 교육을 받았다. 특히 고령자 뿐만 아니라 특수학교 재학중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연합회가 주요 은행들과 진행하는 '시니어 디지털금융교육'도 지속적으로 확장 중이다. 시니어 강사 양성 교육과정을 수료한 시니어 강사가 고령 소비자를 지도하는 '노노(老老)케어' 방식으로 진행돼 전문가 중심의 일방적·일회성 교육이 아닌 연속성 있는 눈높이 교육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부터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와 함께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고령층 대상 이동점포인 'KB시니어라운지'도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도 지난 2022년부터 노년층 복합 IT 교육공간인 'WOORI 어르신 IT 행복배움터'를 운영 중이다. 

국내 은행 중 점포망이 가장 많고 고령층 고객 비중이 가장 높은 농협은행은 가장 다양한 연령층에 대한 금융교육에 적극적이다. 농협은행은 전국 1100여개 점포망을 활용해 ▲청소년 ▲대학생 ▲시니어 ▲다문화가정 등에게 자체 금융교육 프로그램인 행복채움금융교실을 운영 중이다.

주요 은행들은 국내 언어와 문화에 서툰 외국인들을 위한 인프라 확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외국인 고객은 약 479만 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이었던 2019년 말 대비 약 15% 증가할 정도로 주요 고객군으로 성장했다. 

일부 은행들은 외국인 근로자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어 대화가 가능한 직원을 배치하고 탄력적으로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외국인 특화점포를 늘리고 있다. 현재 국내은행 외국인 특화점포는 33곳으로 은행별로 지속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수익성 문제로 줄이고 있는 일반 점포와는 다른 모습이다. 

외국인 특화점포가 가장 많은 곳은 하나은행이다. 국내은행 외국인 특화점포(33곳) 중에서 절반이 넘는 17곳에 달하는데 외환 특화 은행으로서의 장점을 외국인 금융 인프라 확대에 적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을 제외하면 ▲KB국민은행(8곳) ▲우리은행(5곳) ▲전북은행(2곳) ▲기업은행(1곳) 등이 운영 중이다. 

B은행 관계자는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모바일 뱅킹이 서투른 이들은 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향후 이러한 특화점포를 지속 확대 운영해 포용금융을 실천하는데 적극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고령자 고객 비중이 낮은 핀테크 업체들도 고령층을 미래 고객으로 인지하고 자체 앱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어 아직 고령자 전용앱 개발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자체적으로도 고령자 고객 유입을 체감하고 있다. 

핀테크업체인 C사 관계자는 "당사의 경우 60대 이상 사용자도 많으신데 최근에 부모님께 앱을 설치해드렸더니 금융업무를 보기 편리해졌다는 피드백이 고객센터로 들어온다"면서 "어르신들이 최대한 보시기 편안하고 간결하도록 기본적으로 앱 구성과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 디지털 소외계층 위한 인프라 확대는 긍정적... 공급자 중심 시각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디지털 금융시대에 은행들이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대안 마련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교육 파트의 경우 과거와는 다르게 개별 은행이 상당히 세분화하면서 전문성 있는 수준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혜진 교수는 "다른 업권에서는 주로 협회 위주로 진행하고 있는데 고객 접점이 많은 은행들은 개별 은행 단위로 금융교육을 스스로 다양성있게 심화해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굉장히 활성화가 되어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정책들이 공급자인 금융회사(은행)의 시각 중심으로 진행돼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령 현재 고령자 대상 금융교육은 대부분 모바일뱅킹 서비스 학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오히려 모바일 환경을 어려워하는 고령층을 위한 점포를 알리거나 전용 콜센터를 운영하는 등 아날로그 방식의 접점도 동시에 강화해야한다는 점이다. 

천규승 한국금융소비자학회 고문은 "모바일 앱을 설치하고 사용법을 알려줘도 모르는 경우가 은퇴계층에서는 상당히 많아 이런 분들을 위한 아날로그 방식도 필요하다"면서 "콘텐츠가 아닌 콘텍스트(맥락) 중심의 금융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모바일뱅킹 고도화를 비롯한 기술적 측면에서도 고령자를 충분히 배려하기 위한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매체에 익숙한 고령층은 여전히 비대면 앱이 불안해 사용하기를 꺼려한데 고령자 전용상품도 적어 모바일 뱅킹으로 넘어올 유인이 부족하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은행 모바일뱅킹의 장애인·고령자 앱 접근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자들이 꼽은 모바일뱅킹 불편사항으로 ▲개인정보 유출·전자금융 사기에 대한 불안 ▲착오송금 우려 ▲메뉴가 복잡함 ▲글씨 크기가 작음 등이 제시됐다.  

이들은 개선점으로 ▲보안대책 강화 ▲고령자 전용 모바일상품 및 서비스 출시 ▲고령자 친화 전용 앱 출시 ▲고령자 전문 상담인력 배치 등을 꼽았다. 

이 외에도 금융교육이나 금융앱 고도화와 같은 미시적 관점에서 벗어나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해 사회 서비스와 연계하거나 은행의 방문서비스를 허용하는 등 고객 접근성을 유연하게 강화하는 등 은행 영업 형태의 변화까지 고려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김도년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은 "모바일 뱅킹은 보완재는 될 수 있어도 대체제가 될 수 없고 초고령 사회로 넘어가면서 금융서비스를 접근하는 방법을 도구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면서 "금융이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와 연계하거나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도적으로 열어주는 것을 비롯해 도구 중심의 문제에서 화두가 옮겨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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