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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에 사는 윤 모(여)씨는 CJ대한통운을 통해 명절 선물을 배송받았다가 깜짝 놀랐다. 아이스 포장 박스에 들어 있던 갈비탕 비닐팩이 전부 터져서 국물이 새는 등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택배사 고객센터에 항의하니 ‘처리가 어렵다’란 말만 되돌아왔다. 윤 씨는 “택배를 던지면서 배송한 건 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신림에 거주하는 정 모(여)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CJ대한통운이 가져갈 반품 상품을 집 앞에 내놨는데 한진택배 기사가 송장 번호 확인 없이 수거해간 것. 정 씨는 쇼핑몰 측에 문의했지만 ‘택배기사를 통해 택배비를 받아야 하며 재배송비 5000원은 다시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정 씨는 “택배사는 확인해본다는 말 뿐이고 택배기사는 전화도 받지 않는다”면서 “잘못 가져간 제품의 환불 기한이 다 돼가는데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 부산시 영도구에 거주하는 김 모(여)씨는 쇼핑몰 의류 제품을 반품하기 위해 롯데택배에 수거 접수를 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가져가지 않아 쇼핑몰 측에 확인해보니 ‘반품 접수됐으나 택배사에서 누락된 것 같다’면서 재접수를 진행했다. 택배사는 '지역 택배 기사 결원으로 지연됐다'며 곧 수거를 진행하겠다고 연락했다. 그러나 3주가 넘도록 택배는 수거되지 않았고 쇼핑몰 제품은 반품 기한이 지나 자동 반품 철회가 돼 버렸다. 김 씨는 “택배사 측은 택배비 보상은 물론 빠른 택배 수거를 약속했지만 하나도 이뤄진 게 없다”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택배사들의 배송 지연과 분실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배송기사의 불친절 등 서비스나 택배 파손으로 인한 민원도 상당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주요 택배사 6곳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소비자 불만을 조사한 결과 CJ대한통운의 민원 점유율이 42%로 가장 높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이하 롯데택배)가 17.8%로 뒤를 이었고 경동택배가 14.8%, 한진택배 11.7%로 두자릿수 비율이었다. 로젠택배(8.7%)와 우체국소포(4.9%)는 10% 미만을 기록했다.

CJ대한통운의 올 상반기 매출은 5조9806억 원으로 한진택배(1조4464억 원)과 롯데택배(1조7807억 원)를 합친 규모보다도 많다.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CJ대한통운의 민원 관리는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민원평가 대비 10%포인트 이상 상승해 관리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택배는 지난해 한진택배와 민원 비중이 비슷했지만 올 상반기 격차를 벌리며 민원 관리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한진의 경우 택배사 5곳 중 유일하게 지난해 대비 민원 비중을 6.7%포인트 낮췄다.
민원 관리가 가장 시급하다고 보여지는 택배사는 경동택배다. 지난해 기준 매출 516억 원으로 규모가 가장 작지만 민원 점유율은 14.8%를 차지했다. 지난해(11.4%)보다도 민원 비중이 높아졌다. 로젠택배와 우체국소포는 규모 대비 민원 관리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택배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 민원 중 주를 이룬 것은 ▶지연·분실로 전체의 36.4%을 차지했다. 이어 ▷서비스(27.3%) ▷파손(17.4%) ▷오배송(7.6%) ▷고객센터(7.6%) ▷배상(3.8%) 순으로 집계됐다.
지연·분실은 수 일이 지나도 배송이 안돼 소비자가 확인하면 물류센터나 배송 중 분실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수하인 자택이 아닌 엉뚱한 곳에 오배송돼 택배가 분실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택배 배송이 완료됐다는 문자를 받았으나 배송 장소에선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또 평균 3~5일 내에 배송이 완료된다고 안내받았으나 일주일 넘게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경우 택배 지연을 사전에 고지 하거나 사전에 마땅한 사유를 안내하지 않아 불만을 더 키웠다.
▶서비스 관련 민원도 27.3%로 높았다. 택배 수령 장소를 집 앞으로 지정했음에도 아파트 1층이나 계단에 배송을 완료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산간지역의 경우 시내까지만 배송하는 등 행태로 소비자 원성을 샀다. 또 일부 배송 기사가 전화나 문자 등을 통해 무례한 태도를 보이거나 폭언했다는 불만도 잦았다.

▶수하물 파손은 17.4%로 집계됐다. 지난해 민원평가(10%) 때보다 무려 7%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택배기사가 택배물을 거칠게 쌓거나 배송 과정에서 던져서 파손되는 경우가 많았다. 건물 내 택배 수령 장소를 지정했음에도 야외에 배송을 완료할 경우 비를 맞아 훼손되는 일도 상당수였다. 만일 택배 내용물이 음식이나 귀중품일 경우 피해 규모는 더욱 커져 택배사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민원 유형은 ▶오배송 7.6% ▶고객센터 7.6% ▶배상 3.8% 등이다.
오배송의 경우 송하인이 엉뚱한 주소로 배송하거나 수하인이 잘못 주소를 기입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배송기사가 운송장에 적힌 주소를 잘못 인지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 경우 택배사 고객센터로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택배사 답변이 지연되거나 연락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경우가 많아 소비자 불만을 키웠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