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 계열사인 스마트폰 부품 생산 업체 영풍전자는 애플 협력사로 아이폰 디스플레이 전용 연성회로기판(FPCB)를 공급해 왔지만 부품 불량 문제가 드러나면서 벤더(협력사)에서 퇴출된 점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영풍전자 외에도 코리아써키트, 시그네틱스, 영풍전자 등 계열사들도 실적이 부진하다. 영풍 자체로도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처분과 폐쇄 공론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너인 장 씨 일가의 경영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장면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영풍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1843억 원으로 2023년 4672억 원 대비 60.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11억 원 적자를 냈다.
영풍이 지분 100%를 보유한 영풍전자는 장형진 고문이 과거 영풍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 반도체 부품 영역으로 사업 다각화를 노리고 인수한 첫 회사다. 1995년에 영풍 계열로 편입됐고 2000년 사명을 유원전자에서 지금의 영풍전자로 바뀌었다.
영풍전자는 영풍그룹 창업 2세 장세준 부회장이 경영수업을 위해 재직한 회사기도 하다. 장 부회장은 2009년 시그네틱스에서 전무 직위를 달면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10년 영풍전자에 부임한 이래 구매 총괄을 거쳐 2013년 대표이사직에 올라 2017년까지 재임한 바 있다.
영풍전자의 실적 추락 배경에는 애플 벤더에서 퇴출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풍전자는 수년간 아이폰 디스플레이에 탑재되는 연성인쇄회로기판(FPCB)를 생산해 왔으나 2022년에 납품한 부품의 칩 탈락 등 불량이 발견되면서 품질을 둘러싼 애플의 신뢰를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부품 불량이 파악된 뒤 애플은 영풍전자와의 협력 관계를 점진적으로 해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22년 출시된 스마트폰 모델, 영풍전자가 개발 과정에 참여한 2023년 일부 기종에 한정해 납품됐을 뿐 지난해에는 애플 향(向) 물량이 거의 자취를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사 애플의 이탈로 영풍전자 매출은 △2022년 7202억 원 △2023년 4672억 원 △2024년 1843억 원으로 매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영풍전자는 애플 공급망 배제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데도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7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영풍전자는 핵심 기술진, 엔지니어, 생산직 종사자들도 대거 이탈하며 경쟁력이 저하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SI플렉스(에스아이플렉스)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은 영풍전자를 공급망에서 배제시킨 뒤 지난해 SI플렉스를 새로운 협력사로 끌어들였다.
실적 부진은 영풍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회사인 (주)영풍 역시 2년째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겪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풍의 영업손실은 1607억 원, 당기순손실은 3278억 원이다.
특히 영풍은 석포제련소가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58일간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데 이어 황산가스 감지기를 꺼놓은 채 생산한 사실이 적발돼 10일 정지를 추가로 받은 상태다.
조기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며 지역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련소를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론화 되고 있는 것도 영풍 입장에서는 아픈 일이다.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에 주력하는 코리아써키트도 2023년 -321억 원, 2024년 -331억 원 등 잇달아 적자를 냈다.
반도체 패키징 업체 시그네틱스는 매출액이 1181억 원으로 2022년(2876억 원)에 비해 반토막난 상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