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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계열분리 1년 ①] AI시대 대비하는 조현준號, 효성중공업 등 주력사 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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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계열분리 1년 ①] AI시대 대비하는 조현준號, 효성중공업 등 주력사 순항
  • 선다혜 기자 a40662@csnews.co.kr
  • 승인 2025.06.26 0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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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이 지난해 7월 1일자로 고 조석래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효성과 HS효성으로 분리된지 1년이 됐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그룹의 비전을 다가올 AI 시대에 맞췄고, 조현상 부회장은 첨단소재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다변화 추진에 공을 들이며 각자도생에 나섰다. 두 형제가 지난 1년간 이뤄낸 성과와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 본다. [편집자주]

고 조석래 명예회장이 지난해 3월 29일 별세한 뒤 조현준, 조현상 형제는 효성그룹을 효성과 HS효성으로 나눠 지난해 7월 1일 독립 경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에는 조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HS효성 주식 86만1411주를 조 부회장에게 매각하면서 지분관계도 정리됐다.

상장사 7개 중 효성티앤씨(대표 김치형), 효성중공업(대표 우태희), 효성화학(대표이건종), 진흥기업(대표 김태균), 효성ITX(대표 남경환) 등 6곳이 효성그룹에 남았고, HS효성첨단소재(대표 성낙양)만 HS그룹 계열사가 됐다.

완전한 분리를 위한 과제는 조 부회장이 보유한 효성화학 지분 6.1%다. 이 지분을 3% 이하로 낮추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 신청을 하면 독립 경영 체제가 최종적으로 완성된다.

2023년 말 효성그룹의 총자산은 16조7195억 원으로 존속 효성그룹이 49개 계열사 14조5316억 원, 신설 HS효성그룹이 8개 2조1879억 원의 덩치로 나뉘어졌다.

분리된 계열사의 총자산을 기준으로 따지면 존속 효성그룹은 재계 순위가 37위에 해당한다. 기존 33위에서 4계단 떨어졌다. HS효성은 5조 원 미만으로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이 15조9938억 원으로 10% 증가했다. 재계 순위는 36위에 해당한다. 효성중공업이 1조2000억 원 이상 외형을 키우며 주도했다.

◆계열분리 첫해 총자산 10% 증가...핵심 전략기기 공급자 전략 성과

그룹 분리 후 조 회장은 다가올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효성중공업을 미래 성장 중심축으로 삼고 새판 짜기에 나섰다.

조 회장은 줄곧 “AI 시대가 열리기 위해선 전력 인프라가 필수”라며 “앞으로 AI 산업 성장에 발맞춰 전 세계 전력 시장의 핵심 전력기기 공급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AI 산업 확대와 맞물려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며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장기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전력기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스코틀랜드, 독일, 프랑스, 스페인에서 초고압변압기 수주를 잇달아 따내며 서유럽 전력망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다.

장기적 관점으로 시장 공략을 준비해온 조 회장의 전략이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조 회장은 2010년대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며 기술력을 다져왔고 2020년에는 미국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인수해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 공장은 현재 미국 내 유일하게 765kV급 초고압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또 효성중공업은 2026년까지 설비 증설을 위해 4900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설비를 미리 갖춰놓은 덕분에 효성중공업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조 회장은 올해 3월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효성중공업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AI 산업 성장에 발맞춰 효성중공업이 전세계 전력시장의 핵심 전력기기 공급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효성중공업은 글로벌 전력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과 AI 기반 신사업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운전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고장을 예측하는 ‘아모르(AMOR)’ 시스템과 AR(증강현실) 기반 검사 장비 개발을 통해 차세대 전력 산업 대응 역량을 높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수소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100% 수소로 구동되는 수소엔진 발전기를 상용화한 데 이어, 독일 화학기업 린데와 합작한 린데수소에너지를 통해 액화수소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를 영하 253도로 냉각해 액체화한 것으로, 저장·운송 효율성이 높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충전소 국내 점유율 1위인 효성중공업은 2030년까지 전국적으로 80개 이상의 수소 충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36개의 기체 수소 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바이오 원료를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2026년 상반기부터 연산 5만 톤 규모의 바이오 부탄다이올(BDO)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BDO는 스판덱스 섬유 원료인 PTMG의 주요 소재로 자동차 내장재(TPU), 포장재, 생분해성 수지(PBAT)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효성중공업·효성티앤씨 순항...효성화학·진흥기업 실적 개선은 과제

▲조현준(왼쪽) 효성 회장이 지난 3월 말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체리블라썸 정책 서밋에 참석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장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효성
▲조현준(왼쪽) 효성 회장이 지난 3월 말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체리블라썸 정책 서밋에 참석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장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효성

효성그룹은 조 회장의 미래 비전이 가시적 성과를 내면서 효성중공업을 필두로 한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도 견조하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비율로 증가했다. 올해는 영업이익 증가율이 45%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티앤씨도 지난해에 영업이익이 21% 증가했고 올해도 전년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의 실적 호조는 조 회장의 선제적 투자에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성장과 노후 변압기 교체 사이클에 따른 전력기기 수요 확대가 더해진 결과라 의미가 더욱 크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수주 증가 여력도 여전히 높게 평가된다”면서 “현재 2023년 하반기 수주 물량이 매출에 반영되고 있으며, 2028년까지의 공급 계약을 이미 확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효성티앤씨도 올 하반기 스판덱스 수요 회복과 나일론·폴리에스터 사업의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

다만 효성화학과 진흥기업은 실적 반등이 필요하다.

특히 효성화학은 10여년 전 베트남 현지 투자 실패로 지난해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680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누적 적자만 9200억 원에 달한다.

효성화학은 온산 탱크터미널 사업부를 (주)효성(대표 조현준·황윤언)에 1500억 원에 넘겼고, 현재 옵티컬필름 사업부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건설 계열사인 진흥기업은 원자재 가격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제대로 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효성ITX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 감소한 187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도 3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효성 관계자는 “현재 화학업계가 전반적으로 안 좋다보니 효성화학이 정상화될 시기를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업 매각 등 자구책을 병행하고 있고, 업황 개선과 별개로 환경을 고려한 스페셜티 부문에 역량을 집중해 중국 저가 제품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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