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상 부회장은 지난해 7월 1일 상장사인 HS효성첨단소재(대표 성낙양)와 8개 비상장사 등 9개 계열사를 이끌고 HS효성그룹으로 형제 독립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계열분리된 HS효성그룹의 총자산은 2조1879억 원(2023년 말 기준)인데 지난해 말에는 3조2126억 원으로 46.8%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효성그룹 총자산 증가율 10% 보다 4배 이상 높다. 신설 지주사인 HS효성을 제외해도 총자산은 18.5%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라면 단순 계산상 향후 3년 내 총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수 있다.

◆조현상 부회장, 잘하는 첨단소재 영역에서 신사업 모색
조 부회장은 분리 당시 자신이 오랜 기간 전문성을 쌓아온 산업자재 부문을 주력 계열사로 삼았다. 조 부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산업자재PG장을 맡아 타이어 보강재 등 핵심 제품군을 총괄하며 2018년 효성첨단소재가 물적 분할되기 전까지 사업 전반을 책임져왔다.
이 같은 경험은 계열 분리 이후 조 부회장의 경영 방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조 부회장은 평소 “무분별한 확장보다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 낫다”는 말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자재 부문을 중심으로 첨단소재와 연계된 2차전지 소재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조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성과를 내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는 계열 분리 첫해인 지난해 영업이익이 2197억 원으로 26.3% 증가했다. 올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주력 사업이 받쳐주는 상황에서 조 부회장의 고민은 HS효성첨단소재에 치중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다. HS효성첨단소재를 제외한 8개 계열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400억 원에 그친다.
HS효성토요타(대표 박종철)는 영업이익이 26.6% 감소했고, 광주일보사(대표 김여송)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총자산도 HS효성더클래스(대표 이경섭), 광주일보사, HS효성오토웍스(대표 이규환) 등은 8~46% 감소했다.
조 부회장이 신사업 강화를 위해 그룹의 핵심 수익원인 스틸코드 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초강수 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스틸코드 부문은 북미 시장 점유율 1위, 유럽 3위를 기록할 만큼 경쟁력이 높으며, 글로벌 톱5 타이어 제조사들과 장기 공급 계약도 체결하고 있다.
HS효성은 지난 3월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예비입찰을 진행했고, 지난 20일 열린 본입찰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JKL파트너스·베인캐피탈 등 3곳이 참여했다. 예상 매각가는 약 1조5000억 원 규모다.
HS효성 관계자는 “스틸코드 부문 매각 후 발생한 자금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다만 신사업에 투자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HS효성첨단소재는 2022년 국내 양극재 기업 우전지앤에프 지분 60%를 327억 원에 인수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유럽의 배터리 소재 기업 유미코아에 448억 원을 투자하며 글로벌로 보폭을 확대했다.
AI 분야에서도 신사업을 모색 중이다.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대표 양정규·아드리안 리차드 존슨)은 AI를 접목한 신규 사업 모델을 검토 중이다. 조 부회장은 지난 2월 방한한 오픈AI 샘 올트만 CEO와 만찬을 함께하며 협력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섬유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베트남 HS비나코어에 지난해부터 533억 원을 투자해 연간 5000톤까지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전주공장에는 2028년까지 1조 원을 투입해 연간 2만4000톤 규모의 생산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탄소섬유는 수소탱크, 전기차 경량화 부품, 항공우주 등 차세대 고성능 복합재에 활용되는 전략소재로 차세대 먹거리로 꼽힌다.

조 부회장은 신사업 추진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배터리 소재, 탄소섬유, AI 등 미래 산업은 기술 제휴와 현지 인허가, 정책 연계가 핵심이기 때문에, 해외 기업 및 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의 전제 조건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 부회장은 계열분리 직후인 지난해 7월 1일 베트남 팜 민 찐 총리와 만나 경제협력회의를 주관했으며, 12월에는 한미 재계회의에 참석해 기술동맹 기반의 경제안보 협력을 강조했다.
올해 2월에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민간 통상 사절단 활동에도 참여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첫 교류에 나섰다. 보호무역 강화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서 대미 네트워크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려는 행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