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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기름값에 정부 ‘가격상한제’ 카드 압박…정유업계 속앓이 “시장 왜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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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기름값에 정부 ‘가격상한제’ 카드 압박…정유업계 속앓이 “시장 왜곡 우려”
  • 이범희 기자 heebe904@csnews.co.kr
  • 승인 2026.03.06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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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국내 기름값이 빠르게 상승하자 정부가 가격상한제 검토 등 강도 높은 대응을 시사하면서 정유업계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 요인에 따른 가격 변동까지 규제 대상으로 보는 것은 시장 원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아직 객관적으로 심각한 수급 차질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리는 곳도 있다고 한다”며 “위기 상황을 이용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국제 유가 급등 이후 국내 주유소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오른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3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866.07원으로 전날보다 32.07원 올랐다. 경유 전국 평균 가격은 L당 1878.16원으로 전날(1830원)보다 48.16원 상승했다.

서울 지역 기름값은 더욱 높다. 휘발유는 L당 1925원, 경유는 1946원이다. 업계에서는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L당 2000원 선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상승 속도도 이례적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1일 L당 1695.89원이었지만 6일 1866.07원으로 약 10.0%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유는 1600.85원에서 1878.16원으로 약 17.3% 올랐다.

통상 기름값은 하루 소수점 단위, 일주일 기준으로도 10원 안팎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부는 정유사와 주유소 가격 동향에 대한 시장 점검을 강화하고 가격 담합 여부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석유사업법 23조에 따르면 가격이 급등할 경우 최고 가격을 지정할 수 있다”며 “가격 상황을 점검해 필요하면 최고가 지정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정유업계는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기름값 상승은 정유사나 주유소의 가격 결정 때문이 아니라 국제유가와 국제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유뿐 아니라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도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요인에 따른 가격 변동까지 정부가 규제 대상으로 보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 반영 과정까지 ‘담합’ 가능성으로 해석될 경우 시장 구조에 대한 오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1997년 석유 수입 자유화 이후 가격이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로 국제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석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국내 가격이 형성된다”며 “정유사가 가격을 담합한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주유소의 90% 이상이 자영 주유소로 가격 결정권은 개별 주유소에 있다”며 “주유소 운영 방식이나 임대료, 인건비 등 비용 구조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정유사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 상승은 국제유가와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동시에 급등한 영향이 크다”며 “국내 가격이 국제 가격 상승 폭보다 더 빠르게 오른 것은 아니며 오히려 국제 가격 반영이 일부 지연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통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이라는 외부 요인에 따른 가격 상승까지 행정적으로 통제할 경우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철 성균관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 상한을 두는 방식의 가격 통제는 시장 가격을 직접 규제하는 매우 강력한 정책으로 사실상 최후의 수단에 해당한다”며 “국제유가 상승 등 시장 요인으로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담합 여부를 규제하는 것과 가격 자체를 직접 통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담합이 있다면 공정거래 규제를 통해 바로잡아야 하지만 가격 상한을 두는 방식의 직접 통제는 공급 위축이나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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