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한 봉지가 반세기 넘게 끊겼던 남매의 재회를 이끌었다.
1965년 8월 1일, 당시 만 7세였던 이영희 씨는 서울 남대문시장 인근 전차정류장에서 가족과 헤어졌다. 이 씨는 노점상을 하던 어머니와 귀가하던 도중, 잃어버린 지갑을 찾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어머니와 헤어지게 됐다.
어머니는 서울 시내 보육시설을 찾아다니며 딸을 수소문했으나 끝내 만나지 못했다. 이 씨는 가족과 떨어진 채 보육시설에서 성장했다.
이 씨의 오빠 이재인 씨도 생업을 이어가면서 동생을 찾았지만 단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 힘든 나날들이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이 씨를 다시 만나지 못한 채 2016년 세상을 떠났다.
그해 가을 뜻밖의 단서가 과자 봉지에서 나왔다. 죠리퐁 포장에 실린 실종아동 찾기 안내를 보고 친척 중 한 사람이 이재인 씨에게 전문기관을 통해 동생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이 씨는 실종아동전문기관에 자신의 유전자 정보와 동생의 이름·실종 당시 상황 등을 등록했다.
약 7개월 뒤 이재인 씨는 충주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던 이영희 씨와 52년 만에 재회했다. 남매가 서로를 끌어안고 오랫동안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죠리퐁에 실린 실종 정보가 만든 것이다.
죠리퐁이 만든 재회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1975년 만 4세 때 가족과 헤어진 김 모 씨도 자신의 실종 정보가 죠리퐁 포장에 실린 이후 2019년 가족과 다시 만났다.
크라운제과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현재까지 10년 동안 전국에서 판매되는 죠리퐁과 콘치, 콘초 등 과자 봉지에 실종아동 정보와 실종 예방 캠페인을 담고 있다.
실종 아동 정보를 제품 패키지에 담은 것은 식품업계 최초 시도였다. 크라운제과는 어린이가 주 고객인 제과회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동시에 어린이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이와 같은 활동을 기획했다.
죠리퐁은 전 연령대가 선호한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캠페인 대상 제품으로 선정됐다.

죠리퐁에 실종 아동 정보를 담았다면 콘초와 콘치는 길을 잃거나 낯선 사람의 접근을 받을 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생활 속 안전교육 매체가 됐다.
2017년부터 콘 시리즈 포장에는 실종 예방을 위한 아동정보 등록을 권하는 문구가 담겼다. 또 최근에는 QR코드를 더해 실종 예방교육과 미아방지 수칙, 실종 등록 안내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전체 포장에 캠페인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죠리퐁의 경우 식자재 마트 등 대형마트에 납품되는 대용량 버전에는 실종아동 정보가 담겨있지 않다. 편의점, 슈퍼마켓 등 소용량(74g) 제품에 적용돼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운제과는 죠리퐁으로 실종아동 정보를 전국적으로 알리고 콘초와 콘치 포장에 미아방지와 유괴예방 행동수칙을 담아 예방 활동까지 하면서 장기간 제품 패키지를 공익매체로 활용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4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아동권리보장원의 실종예방 현장 캠페인에 홍보협력기관 자격으로 참여했다.

크라운제과는 카라멜 메이플콘에 세이브더칠드런의 ‘그리다, 100가지 말상처’ 캠페인 내용을 담았다. 어른이 무심코 사용하는 말 가운데 어린이에게 상처가 되는 표현을 존중과 사랑이 담긴 말로 바꿔 소개한다.
2024년부터는 어린이 약 400명이 직접 작성한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날 선언문’을 카라멜 메이플콘 포장에 실었다. ‘어린이날 말고도 매일매일 어린이를 존중해주세요’, ‘어린이들과 한 약속은 꼭 지켜주세요’ 등 어린이의 목소리를 전국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마이쮸에는 2021년부터 아동학대 신고번호인 ‘아이지킴콜 112’를 인쇄하고 있다. 쌔콤달콤에는 학교폭력 신고번호 117을 알리는 문구를 적용했다. 제품을 접한 소비자가 아동학대와 학교폭력 상황에서 신고 방법을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편 지난해 18세 미만 아동의 실종신고는 2만9563건으로 전년 대비 15.1% 늘었다. 신고의 99%는 1달 이내 해결된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다만 20년 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 아동이 1242명으로 누적된 장기실종 문제는 여전히 사회에 남아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