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역대 금감원장 중에서 '소비자보호' 목소리를 가장 강하게 높이고 있다는 점에 금융권에서도 이견은 없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실제 '소비자보호'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의견도 나온다.
"말만 많고 실질적으로 소비자보호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냉혹한 평가가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관련 투자자 보호 문제부터 금융회사들에 대한 각종 검사 등이 소비자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검사였는지에 대해 물음표도 제기되고 있다.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사태 두고 투자자보호 대책 내놓지 못하는 금감원...상품신고때 뭐했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는 막대한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모하메드 아파바이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딩 전략 헤드는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 관련 개인투자자들의 전체 손실액이 약 56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지난 5월 27일 상장된 지 2개월여 만에 삼성전자 주가는 30만7000원에서 7월 29일 20만8500원으로 32.1% 하락했고 SK하이닉스 주가도 224만3000원에서 140만1000원으로 37.5% 내려갔다. 단일 종목 주가를 2배 추종한다는 상품의 특성상 투자자들의 투자 손실도 2배수준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
투자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출시를 앞두고 '사전적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던 금감원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
금감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당시 해당 상품이 레버리지 효과로 단기간에 손실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는 등의 투자자 유의사항을 안내하는 한편 상품명에 'ETF' 표기를 금지하는 한편 상장법인, 증권유관기관, 증권사 임직원 등의 매매 규율에 나섰다.
그러나 이 상품이 투자자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서 변동성 위험이 높을지에 대한 투자자보호 차원에서의 평가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금감원에 증권 신고서 수리 권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한 달이 지나지 않은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막아야 했다"고 만시지탄의 고백을 하기도 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찬진 원장이 취임 후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강조해 왔으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손실 사태를 보면 실제로 소비자 보호가 잘 작동하는지 의문"이라며 "상품 개발 단계부터 소비자 문제를 고려했다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보호 장치가 취약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일반교육 1시간, 심화교육 1시간 등 사전교육을 받은 뒤에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반교육 시에는 동영상 청취만으로도 교육 이수가 가능하고 심화교육에서도 제공하는 퀴즈를 모두 틀려도 수료증을 받을 수 있어 사전교육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지만 보완된 부분은 없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지난 달 16일 투자자 기본예탁금을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상향하고 매매수량 단위를 1좌에서 20좌로 바꾸는 한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증시 하락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29일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등을 통해 총량 관리를 실시하고 과도한 거래 행태를 제한하기 위해 관련 거래비용 부담을 가중하는 등의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사전에 리스크관리에 나서기보다는 사태가 커진 뒤에야 사후 대처에 나서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취지가 완전히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겸 금융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장 불안정성이 커진 후에 구제하기보다는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응 시점이 조금만 빨랐다면 이렇게 시장 불안정성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금융권 검사 규모 확대했지만...검사 실효성, 제재 수위 논란 이어져
이 원장 체제에서 급증하고 있는 금융회사에 대한 각종 검사도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효과가 있었는지도 의문 중 하나다.
금감원은 연초 밝힌 검사업무 운영계획을 통해 연간 검사 횟수를 전년보다 54회 늘어난 707회로 정하고 검사 투입 인력도 4.1% 늘리기로 했다. 특히 수시검사 중 현장검사 비율을 지난해 315회에서 올해 486회로 대폭 확대했다.
또한 제재를 위한 검사 대신 제도 개선에 초점을 둔 컨설팅 검사를 확대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권을 시작으로 은행권, 증권업권 등에도 컨설팅 검사가 진행돼 금융회사의 관행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의 검사 횟수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실제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회사 리스크 관리와는 거리가 먼 검사도 이뤄지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6월부터 시작한 4대 금융지주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현장 조사다.
해당 검사는 금융회사의 사회공헌 활동 금액에 광고비 등 일부 무관한 항목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살펴본 내용이다. 한 마디로 사회공헌 비용으로 '세탁'한 예산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한가롭게 금융지주사 사회공헌비까지 미시적으로 살펴볼 여유가 있냐는 반응이 나온다. 오는 2030년까지 5대 금융지주가 총 70조 원 규모의 포용금융을 공급해야하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이른바 '군기잡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다.
이 원장 체제에서 금융회사에 대한 과도한 징계 수위도 논란거리다. 금감원이 무턱대고 강도 높은 제재를 내리는 바람에 징계 수위를 최종 조율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불확실성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롯데카드 해킹사고와 홍콩H지수 ELS 사태에 대한 징계 감경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발생한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영업정지 4.5개월을 확정했으나 금융위원회는 이를 영업정지 1.5개월로 감경했다.
지난 2014년 개인정보 유출 당시 롯데카드는 영업정지 3개월 제재를 받은 바 있다. 11년 후 롯데카드에서 또 다시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발생하자 금감원은 이를 '반복 위반'으로 보고 영업정지 기간을 3개월에서 1.5개월을 가중한 4.5개월로 정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기존 제재사례와의 형평성, 금융시장 및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영업정지 기간을 낮췄다. 2014년 당시보다 유출 규모가 작았고 원인 역시 내부 직원의 정보 유출이 아닌 외부 해킹이었음을 고려한 것이다.
홍콩H지수 ELS 관련 은행 5곳에 대한 징계 역시 금감원은 지난 2월 1조4000억 원 규모의 과징금과 기관경고를 의결했지만 금융위가 반려했고 현재 6000억 원대 과징금 수위를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징계 논의 자체가 길어지면서 금감원의 무리수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증권의 거점점포 불건전 영업 관련 제재 역시 금감원은 영업점 영업 일부 정지 3개월을 통보했으나 최종적으로는 기관경고로 감경된 사례도 있다. 당초 금융위는 삼성증권에 '조건부 인가'도 검토하고 있었으나 금감원으로부터 제재안을 제출받은 뒤 최종 제재 수위를 확정한 다음 발행어음 인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금감원의 강도 높은 제재를 의결한 뒤 제재 리스크가 발목을 잡으면서 빨라도 9월 이후에야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해졌다. 이미 다른 사업자들이 발행어음 고객 모집에 나선 상황에서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기조가 완전히 정착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회사의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조치가 실질적이었는지 형식적이었는지가 중요하다"며 "이를 통한 효과가 나타나려면 2~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