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업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AI 활용으로 인한 편리함 뒤에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조정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26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AI가 몰고올 소비자 생태계 변화와 혼란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OTT·배달·모빌리티 등 각종 플랫폼에서 옵션이 결합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의 유료 멤버십이나 상품이 기본값으로 설정된 다크패턴 행위가 성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옵션을 사전 선택해 사업자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유형이다. 옵션이 결합한 유료 멤버십은 기본 상품보다 가격이 3배 이상 비싼 경우도 있다. 기본 상품은 가입 화면 목록 최하단에 배치되기 일쑤다.
소비자들은 멤버십 가입이나 상품 주문 시 옵션이 선택된 상품인지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필요 이상의 과도한 지출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옵션이 선택된 상품이 기본값으로 설정돼 소비자들은 자칫 멤버십 단일 상품이 없는 것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는 멤버십 구독 시 '해상도 4K(UHD)+HDR'이 제공되는 '프리미엄' 요금제 옵션이 기본으로 설정돼 있다. 프리미엄은 월 구독료 1만7000원이다. 가장 저렴한 요금제인 광고형 스탠다드 7000원에 비해 2.4배나 비싸다.
넷플릭스는 멤버십 구독을 해제하더라도 앱 로그인을 시도할 경우 이메일로 인증을 진행하라는 팝업이 뜨고, 등록된 이메일로 수신된 메일을 열면 멤버십 재시작 버튼이 있다. 이를 클릭할 경우 월 요금 정기 납부가 다시 시작된다.

SSG닷컴의 구독형 유료 멤버십 '쓱7클럽' 가입 화면에는 기본 옵션이 '쓱7클럽+티빙' 결합 상품으로 설정돼 있다. 결합 상품은 월회비가 3900원으로 쓱7클럽 단일 상품 2900원 대비 1000원이 더 비싸다.

왓챠 멤버십 또한 구독권 선택 시 1만5900원 '프리미엄' 상품이 기본 옵션으로 선택돼 있다. 프리미엄 상품은 9500원의 '베이직'보다 1.7배 비싸다.
디즈니플러스는 모바일 환경 기준으로 옵션 결합 번들과 단일 멤버십 모두 비싼 가격 상품에 추천 표기를 붙이고 가장 먼저 보이게 위치를 선정해 놨다.
가장 비싼 '디즈니플러스+티빙+웨이브' 번들에 추천 표기가 붙어 있다. 단일 멤버십 역시 '디즈니 스탠다드(9900원)'가 아닌 '디즈니 프리미엄(1만3900원)'에 추천 표시가 돼 있다.
모든 OTT가 비싼 가격의 멤버십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티빙은 멤버십 구독 시 가장 저렴한 요금제 '광고형 스탠다드'를 기본 옵션으로 설정하고 있다. 티빙 광고형 스탠다드는 6300원으로 가장 비싼 요금제 프리미엄 1만9500원 대비 3분의 1 가격이다.
웨이브는 특정 요금제를 기본값으로 지정하지 않고 광고형 스탠다드부터 프리미엄까지 낮은 가격부터 비싼 가격 순으로 오름차순으로 보여준다.
OTT 업계 관계자는 "일부 플랫폼에서 최고가 요금제를 기본 옵션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사업자마다 내부 사정이 달라 일률적인 설명은 어렵다"면서도 "기본값 설정이나 화면 구성상 특정 선택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을 유도하는 다크패턴 소지가 있으므로 업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점검 및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OTT 업계 관계자는 "OTT 업계 자체가 신생 시장이다 보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 성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유연하게 대응해 가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에서는 입점한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가게에서는 콜라 등 음료 추가 선택을 기본값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있어 역시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0원의 '서비스 음료 미제공' 옵션은 상대적으로 목록 하단에 배치된 반면 '콜라245ml추가(1000원)', '콜라1.25L추가(2500원)' 등이 필수 영역에서 사전 선택돼 있다.
자칫 주의를 덜 기울이고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면 원치 않는 음료를 돈 주고 추가 주문하게 되는 셈이다.

쏘카(SOCAR)는 렌터카를 원하는 장소까지 가져다주는 '차 배달' 서비스 이용 시 가장 비싼 '블랙라벨' 옵션을 상품 목록 최상단에 제시하고 있다.
최고가 옵션과 최저가 옵션 간 금액 격차는 약 3.1배에 달한다. 다만 가격 옵션별로 해당하는 차량은 다르다. 최상단에 배치된 블랙라벨 상품 GV70 이용료는 22만5350원이고 최하단 모닝 어반은 7만1910원이다.

카카오택시는 콜택시 호출 시 가장 비싼 '바로호출' 옵션을 최상단에 배치하고 가장 저렴한 '일반호출' 옵션을 최하단에 배치하고 있다.
바로호출은 즉시 배차받을 수 있는 옵션으로 시간대별 수요와 공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추가 요금이 붙는다. 일반호출은 이같은 추가 수수료가 없는 무료 호출이다.
반면 우버는 가장 저렴한 '일반 택시' 옵션을 최상단에 배치하고 추가 이용료가 부과되는 '스피드 호출'을 그 아래에 뒀다. 스피드 호출 시 부과되는 수수료 금액도 3000원으로 명확하게 제시했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마케팅 활동 일환이라는 사유로 사업자가 이익을 가장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상품으로 유도하는 행위는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쇼핑 플랫폼과 결합하는 등 OTT 시장이 굉장히 커져 소비자 지출이 상당한 편인데 과소비를 유도하는 인터페이스를 가급적 지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