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회장 재임기간 동안 KB금융이 해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비결은 비은행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능력 위주 선발 등 '용병술'이 가장 먼저 꼽힌다.
이와 함께 금융소비자 보호 확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업무 효율화, 신사업 발굴 노력 등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양회장은 다음 스텝으로 AI전환과 디지털자산 시장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열세에 놓여있는 글로벌시장 확대도 적극 추진 중이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출처-KB금융지주]](/news/photo/202608/761965_316868_4131.jpg)
◆ 전문성 강조한 내부출신 인사 등용...은행장에 보험사 CEO 임명 등 파격 인사도 단행
양 회장은 취임 후 첫 번째 계열사 CEO 인사에서 내부 출신 인사를 승진시키는 안정적인 기조를 보여줬다.
당시 KB증권 WM부문 대표는 이홍구 KB증권 영업총괄본부 부사장, KB손해보험 대표는 구본욱 KB손해보험 리스크관리본부 전무등 내부인사였다. 현업에 대해 경험이 많고 이해도가 높은 계열사 인사를 선임해 인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조직 내 활력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지난해에도 KB증권 IB부문 대표에 강진두 KB증권 경영기획그룹장 부사장을 선임하는 등 핵심 비은행 계열사에 내부 출신 인사를 선임하며 계열사 경영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인사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양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장에 보험 계열사 CEO를 임명하는 파격 인사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당시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였던 이환주 대표를 KB국민은행장으로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행장은 KB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장과 KB금융지주 CFO를 역임하는 등 '은행 인사'이지만 KB라이프 초대 대표이사를 역임한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양 회장 역시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은행장을 거치지 않고 지주 회장으로 직행한 파격 인사의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주목 받은 인사였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용병술'은 비은행 부문의 실적 개선을 통해 KB금융의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의 기틀이 되었다.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수익 기여도는 양 회장 취임 직후였던 2023년 33%에서 지난해 37%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는 44%에 달했다.
경쟁사의 경우 비은행 수익 기여도가 10~30%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 회장 체제에서 KB금융이 비은행 수익 다각화를 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KB금융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기여도는 44%에 달했다. [출처-KB금융지주]](/news/photo/202608/761965_316911_5138.png)
◆ 취임 직후 발생한 홍콩H지수 ELS 사태...발빠르게 수습하며 위기 탈출
취임 직후였던 2023년 말부터 2024년 상반기 사이에 발생했던 홍콩H지수 ELS 사태는 양 회장에게 큰 위기였다. 홍콩H지수 급락으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평가 손실이 급격하게 불어나며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이어졌다.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국내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ELS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기에 불완전판매 논란의 핵심에 서게 되었다. 이 때문에 배상 방안에 대해서도 시선이 KB국민은행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양 회장은 발빠르게 자율 배상 방안을 마련해 대응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2024년 1분기 홍콩H지수 ELS 고객 배상 비용 8620억 원을 실적에 반영해 시중은행 중 가장 큰 배상 비용을 책정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정해진 최종 배상비율은 60%(기본비율 30%)로 NH농협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또한 고객 신뢰 회복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고객 중심 성과지표인 'CPI'를 도입하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내부통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운영해 내부통제 실효성을 강화했다.
올해도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 KB라이프생명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하는 한편 소비자보호 프로세스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보호 품질지수(CPQI)를 만들었다.
KB국민은행도 CPQI를 바탕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취약계층 대출 대상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AI 기반 화상상담서비스 고도화, 실시간 스미싱 탐지 서비 출시 등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 '다음 스텝' 노리는 양 회장, 비은행 경쟁력 강화·디지털자산 시장 눈독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여세를 몰아 양 회장은 '금융지주 1위' 타이틀 유지를 위한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하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양 회장은 △WM 및 연금 사업 모델의 재설계 △차별화된 중소법인 비즈니스 경쟁력 확보 △그룹 CIB 및 자본시장 협업 체계 강화 △보험 비즈니스 및 투자운용 역량 선진화 △그룹 인공지능(AI) 전환 가속화 로드맵 수립 등을 주요 어젠다로 제시했다.
우선 자본시장 비즈니스 강화를 위한 행보에 적극적이다. KB증권에 지난 2월 7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6월 말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기자본 규모를 확충했다. 이를 통해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준비하고 IB 수익성 화복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금융지주보다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글로벌 사업도 잰걸음에 나서고 있다. 작년 말 기준 4대 은행 해외법인 수에서 KB국민은행은 5곳으로 10~11곳에 달하는 경쟁 은행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해외사업 실적은 '리딩 뱅크'를 다투는 신한은행에 밀리는 양상이다. 올해 상반기 KB국민은행 해외법인 순이익은 총 1221억 원으로 신한은행(304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양 회장 체제의 KB금융은 인수 이래 줄곧 손실이 발생했던 인도네시아법인 'KB뱅크' 안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KB뱅크는 지난해 상반기 순손실 80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순손실 41억 원으로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또한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현지 금융지주회사 설립 계획을 승인받는 데 성공했다. KB국민은행은 KB뱅크를 비롯한 현지 계열사 지분을 별도 중간지주회사 아래로 모아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양 회장은 AI전환과 디지털자산 시장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KB손해보험 대표 시절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전략부를 신설한 이후 업계 최초로 스크래핑 기술을 적용한 서류제출 서비스, 모바일통지 서비스를 선보이며 디지털 기술을 통한 고객편의 강화를 추구한 바 있다.
이후 2022년 KB금융에 3인 부회장 체제가 도입될 당시 양 회장은 디지털·IT부문을 맡아 KB국민은행의 모바일 앱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그룹 핵심 서비스를 통합·재편성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KB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에도 2025년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유일하게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5' 행사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디지털 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KB금융은 지난 5월 금융권 최초의 시니어 돌봄 특화 휴머노이드 로봇 '젠피'를 선보였다. [출처-KB금융지주]](/news/photo/202608/761965_316912_5349.jpg)
지난 5월 'AI 엑스포 코리아 2026'에서 KB금융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피지컬 AI 기반 시니어 케어 서비스'를 공개했다. 해당 전시에서는 시니어 돌봄에 특화된 휴머노이드 로봇 '젠피'가 고령층의 감정과 신체 상태에 대해 자연스럽게 응답하고 재활 일정·날씨 등 일상 정보를 안내했다.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을 위한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양 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의 미국 특화법인 '테더 USAT' 보 하인스 CEO와 만나 스테이블코인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올해는 스테이블코인 기업 '써클' 제레미 얼레어 CEO와의 회담을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5월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정산·입금에 이르는 전 단계를 통합한 기술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7월에는 디지털자산 비즈니스 선도와 인공지능 전환(AX) 가속화를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SI)펀드 인 '케이비 AX디지털자산 펀드'를 설립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