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와 금융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감독·예금자 보호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금융위기 대응이 늦어지고 전문인력 이탈로 금융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감원 노조와 예보 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금융시스템 수호를 위한 지방 이전 저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국무역보험공사 노동조합도 참석해 양 노조의 지방 이전 반대 움직임에 연대했다.

양 노조는 예보의 예금 보호 대상 금융회사와 금감원의 검사 대상 금융회사 본점뿐 아니라 금융당국과 법무·회계법인, IT 전문기관 등 주요 금융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강조했다.
예보 노조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예보의 보호 대상 예금 규모는 3322조 원으로 이 가운데 은행 예금은 2128조 원이다.
김영헌 예보 노조위원장은 은행 예금의 7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이후 예보의 국내 출장 2만5497건 가운데 서울 출장은 1만8053건으로 70.8%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양 노조는 금융회사 부실 등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만큼 기관 간 물리적 거리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양 노조는 공동 기자 회견문을 통해 "금융위기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며 "분초를 다투는 신속성이 생명인 위기 대응의 순간에 기관 간의 물리적 거리는 곧 의사결정의 지연을 의미하며, 그 지연은 곧 국민의 손실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전문인력 이탈에 따른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약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감원과 예보에는 회계사와 변호사, 계리사 등 금융·법률 전문인력과 과거 금융위기를 직접 경험한 인력이 근무하고 있어 지방 이전으로 이들이 이탈할 때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게 양 노조 측 주장이다.
이날 현장에서 지방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청년 직원에게 주거·가족·경력상의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외에도 배우자의 직장 문제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야 하고 출산·육아와 경력 유지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보 직원의 익명 사연도 소개됐다.
김상우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금융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시점에 감독기관이 금융 현장을 떠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취약점을 점검하고 금융시장 변화에 맞춰 감독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금융회사와 가까운 곳에서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금감원 노조 측 설명이다.
양 노조는 정부에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서 금감원과 예보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고 금융시스템 수호와 위기 대응 실효성을 기준으로 원점 재검토 ▶금융 안정 핵심 기관 이전이 국가 경제에 미칠 비용·편익 분석 및 공개 ▶청년층에 주거·가족·경력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 수립 중단과 전문인력 이탈이 금융 안정에 미칠 장기적 영향의 정책 판단 반영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양 노조는 지방 이전 반대 의견서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김영헌 예보 노조위원장은 "금융 안정의 생명은 연결과 신뢰, 그리고 사람"이라며 금융회사와 중앙은행, 감독기관, 정부 부처, 국회, 예금자 등이 긴밀하게 연결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노조는 금융 안전망은 위기가 닥쳤을 때 비로소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조직"이라며 금융 안정을 훼손하고 젊은 세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지방 이전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태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