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의사들이 살인 게임에 빠져든다는 줄거리만 듣고 메디컬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극장에서 낭패감을 느끼기 쉽다. 인기 미국 드라마 '히어로즈'의 마일로 벤티미글리아가 주연이라는 데 반가운 관객이라도 마찬가지다.
'패솔로지'는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끈적끈적한 피로 칠갑을 한 고어 영화다. 이 영화에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등급은 무의미하다. 대신 '심약자 관람 불가'라는 등급을 새로 만들어 붙여 줘야 할 듯하다.
영화를 보면서 손에 땀을 쥐는 것은 극적 전개에 긴박감이 넘치기 때문이 아니라 다음엔 얼마나 심한 장면이 나올지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관객을 놀라게 하기 위해 극심한 시각적 충격요법을 택했다. 배경이 부검실이니 고어 영화로서는 물 만난 고기가 된 셈이다. 여기저기 시뻘건 피만 치솟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장기가 신체에서 분리돼 화면에서 마구 나뒹군다. 게다가 그 흉기는 각종 부검용 도구다.
그러나 치밀하게 짜인 구성 속에 범인을 알아맞히는 두뇌게임과 무릎을 칠 만한 기발한 반전을 기대해선 안 된다. 살인과 마약, 섹스의 '자극 3종 세트'는 촘촘하게 들어가 있으나 잘못된 길로 들어선 엘리트 의사들의 캐릭터와 심리 묘사, 줄거리는 상투적이다.
하버드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부유하고 아름다운 약혼녀를 둔 테드(마일로 벤티미글리아)는 메트로폴리탄대학 메디컬센터의 병리학 프로그램에 합류한다. 테드는 이곳에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제이크(마이클 웨스턴)을 만난다.
제이크는 테드에게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자고 제의한다. 클럽과 매음굴에서 광란의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테드는 연구실 부검대에 매음굴의 문지기의 시신이 올라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제이크의 짓임을 직감한다.
제이크의 손에 이끌려 간 메디컬센터의 지하 세계는 가관이다. 제이크 일행은 사람을 살해한 뒤 어떤 방법을 썼는지 알아맞히는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 제이크는 살인은 '인간의 본능'이며 살인 대상은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라며 합류하자고 테드를 꼬드긴다.
17일 개봉.(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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