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원자재값 급등 등 외생변수로 인한 국내 경제위기 우려가 점차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따른 여론 악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국회 처리, 물가 급등 등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측근인 이재오 의원의 총선 패배로 구심점을 잃어버린 여당내 `친이'(親李.친이명박)계가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는 당권 레이스에 돌입할 태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나 박근혜 전 대표가 줄기차게 `친박'(親朴.친박근혜)계 무소속 당선자 및 친박연대 당선자들의 일괄 복당을 요구하는 것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당내외 여건이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사실상 취임 후 첫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당정청간 긴밀한 협력과 조율을 통해 여러 난제들을 정면 돌파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전망이 썩 밝지만은 않다는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2일 "내달 18대 국회가 구성돼야 실질적인 의미의 `이명박 정부'가 시작되는 셈이라 할 수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 한 달은 매우 중요하며, 여러 난제들을 어떻게 돌파해 나가느냐에 따라 이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우병괴담'.한미FTA 정면돌파, 물가관리 총력전 = 이 대통령은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따른 부정적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상에서 `광우병 괴담'이 급속히 유포되는 등 광우병 우려 확산에 따른 국민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있는데다 야당이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 하면서 쇠고기 및 광우병 문제가 5월 정국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쇠고기 수입 재개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집단 공격'으로 이 대통령의 미니홈피는 폐쇄됐고, 일부 포털사이트에선 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서명 운동까지 벌여 온라인 서명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태를 초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을 경우 출범 두 달을 갓 넘긴 새 정권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향후 원만한 국정운영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가진 정례회동에서 "이 문제를 정치적 논리로 접근해 사회 불안을 증폭시켜서는 안된다"며 `근거없는' 광우병 우려 확산에 대한 당정 차원의 철저한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선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는 한미 FTA 국회 비준과도 직결돼 있다. 이 대통령은 17대 마지막 국회인 이번 5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현재 쇠고기 문제를 고리 삼아 FTA 비준안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대적인 대(對)국민홍보전을 통해 광우병의 정확한 실상을 알리고 FTA의 당위성 등을 적극 설파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다는 계획이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급등하는 물가도 골칫거리다. 이 대통령은 서민물가 만은 반드시 잡겠다고 수차례 공언했고, 그 구체적 조치의 일환으로 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생필품 52개 품목, 이른바 `MB품목'을 지정해 특별관리에 나섰지만 물가가 잡히기는 커녕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확대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발표만 하고 관리는 하지 않느냐"며 실무 비서진을 강하게 질타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마늘과 파 등 세세한 품목까지 청와대에서 직접 챙기며 물가를 철저하게 관리하라는 특명을 내려 놓은 상태로, 앞으로 새 정부가 물가를 잡느냐 못 잡느냐에 따라 `경제대통령'으로서 이 대통령 이미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개편과 친박계 복당 문제 = 당내 이런 저런 문제도 난제다. 새 지도부 구성과 18대 원 구성 협상, 친박계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 등이 원만하게 풀려야 비로소 집권 여당으로서의 확실한 면모를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에 따라 "당의 일은 전적으로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친이계가 단일대오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사실상 청와대가 `교통정리'를 해 줘야 하는 형국이다.
이 대통령이 가장 고민하는 당내 문제는 `여당내 야당'으로 불리는 친박계의 집단행동.
박 전 대표가 일관되게 친박계 당선자들의 일괄복당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 문제는 여당내 새 판짜기와 향후 안정적인 여당 운영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괄복당을 허용하자니 친박계 파워의 급증이 걱정되고 무조건 반대하자니 박 전 대표와의 갈등악화로 비쳐지는 것이 부담이 된다.
이 대통령이 강 대표와의 회동에서 복당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사안의 복잡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선뜻 개입하는 대신 일단 유보하는 선택을 한 셈이다.
7월 전대에서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친이계 중 마땅한 대표감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 박 전 대표가 전대에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체제'가 들어설 경우 이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 등 주요 국가적 어젠다는 물론 추가경정예산 편성, 감세정책 등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일정부분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또는 청와대 핵심 그룹이 이달 중 있을 원내 지도부 구성이나 7월 새 지도부 선출과 관련해 모종의 행동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 대표 문제를 비롯한 당내 굵직굵직한 현안에 대해 청와대가 확실하게 교통정리를 해 주지 않으면 자칫 당이 우스운 꼴이 될 수도 있다"면서 "친이계가 당내 주류를 확고하게 형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이 대통령의 당 장악이 어려워지고 국정운영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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