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지방공무원 1만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수험생들)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공무원 시험학원이 밀집한 부산 서면에서 만난 공시족 김모(25)씨는 4일 "정부가 공무원 수를 줄이겠다니 공무원 되기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 질 것 같다"며 "무작정 공무원시험에만 매달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작은 정부, 일하는 정부' 지향도 공시족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어렵게 시험을 통과하더라도 경쟁과 구조조정 압력에 시달린다면 차라리 급여 수준이 높은 사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것.
휴학생 이모(24.여)씨 역시 "공무원이 되기도 어렵지만 되더라도 예전처럼 안정적일 것 같지도 않다"며 "과거에 비해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매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시족들의 동요는 올해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자 수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부산시 9급 행정직 응시자 수는 1만2천704명이었지만 올해는 8천326명으로 4천명 이상 감소했다.
공무원 시험 학원 수강생 수도 크게 줄었다. 부산 서면의 한 고시학원의 경우 9급 공무원반 수강생은 지난해에 비해 50% 가까이 줄었으며 7급 공무원반 수강생 수도 30% 가량 감소했다.
특히, 공무원 시험 준비를 막 시작했거나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공시족 탈출' 현상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부산 한겨레고시학원의 김윤희 공무원시험담당 대리는 "공무원 수를 줄이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상위권 수험생들은 대체로 무덤덤한 반면 중.하위권 수험생들은 완전히 기회가 사라지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 대리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현 정부의 공무원 정책은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며 "정부의 공무원 정책에 변화가 없는 한 시험을 포기하는 수험생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무원 시험 응시생 수가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부산대 행정학과 강재호 교수는 "국민에게 제공하는 행정서비스의 질과 고용창출 효과를 생각할 때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한국의 인구대비 공무원 비율은 2%에 불과하다"며 "9%선인 미국, 7%대인 유럽국가에 비해 크게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가장 큰 고용집단인 공무원의 신규채용을 줄이는 것은 청년실업 해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부산대 행정학과 강문희 교수는 "한창 때의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에만 매달리는 것은 국가차원에서도 낭비"라며 "공무원 집단이 아닌 사기업 분야에서 이들을 흡수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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