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기근 속에 톱스타와 감독들이 줄줄이 브라운관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영화 제작편수가 줄어드는 등 침체기가 이어지면서 이를 이겨내는 전략으로 안방극장이 떠오른 셈이다. 드라마에서 스타로 떠올랐다고 할지라도, 일단 영화 쪽으로 옮겨가면 드라마 출연은 잘 하지 않는 것이 한동안의 관례. 그러나 최근 스타들 사이에서 스크린과 브라운관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졌다. ‘황진이’ 미국 독립영화 ‘페티시’ 등을 찍은 송혜교는 표민수 감독-노희경 작가 콤비의 KBS2 ‘그들이 사는 세상’에 출연해 현빈과 호흡을 맞춘다. 송혜교의 안방복귀는 KBS2 ‘풀하우스’ 이후 4년 만이다.
올해 초 영화 ‘무방비도시’에서 팜므파탈을 선보인 손예진 역시 MBC 미니시리즈 ‘스포트라이트’에서 방송사 보도국 기자 역할을 맡았다. 이외에 SBS ‘대물’에서 여자대통령 역을 맡은 고현정, 영화 ‘걸스카우트’에 이어 MBC ‘밤이면 밤마다’를 선보이는 김선아, SBS ‘달콤한 나의 도시’의 최강희, SBS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 등 모두 안방과 스크린 사이를 오가는 스타들이다.
남자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권상우는 ‘대물’, 이준기는 SBS ‘일지매’로 시청자를 찾으며 워쇼스키 형제의 ‘스피드레이서’로 할리우드 진출을 한 비도 올 가을 드라마 복귀를 검토 중이다. 한 연예관계자는 “다 찍은 영화도 개봉날을 못 잡고 허덕이고, 좋은 시나리오도 줄어들었다”며 “블럭버스터급 드라마가 늘어나고 배우 출연료도 높아져 드라마를 기피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SBS ‘온에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송윤아, 김하늘의 경우처럼 드라마 출연은 대중적인 인기 측면에서도 손해볼 것이 없다.
한편 스타만 돌아온 것이 아니다. 2004년 경부터 불기 시작한 영화 감독들의 안방극장 진출 바람은 최근 1~2년 사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은 지난달 OCN에서 ‘최강로맨스’의 김정우 감독과 대결 형식으로 ‘장감독vs김감독’을 진행했다. 장 감독은 “케이블영화를 한다고 안 좋은 시선을 보내던 감독들도 뒤늦게 제의를 받고는 이제 나한테 얼마 받았냐고 물어보는 상황이다. 작품을 잘 만들면 되지 스크린이 아니라고 피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장진 감독 역시 소지섭 복귀로 화제가 된 OCN 단편영화 ‘유턴’을 연출했고 SBS ‘달콤한 나의 도시’는 ‘인어공주’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박흥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