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21일(현지시간) 열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 간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칸을 방문한 디에고 마라도나(48)는 맨유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마라도나는 자신의 삶을 다룬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다큐멘터리 '마라도나 바이 쿠스트리차'의 상영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맨유와 첼시는 색깔도 비슷하고 실력도 비슷한 팀"이라며 "두 팀 모두 훌륭한 전략과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했지만 결국은 맨유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영화 '마라도나'는 전기형식의 다큐멘터리 영화이지만 예기치 않게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내 현지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마라도나는 기자회견에서 “유명인사에게는 미국과 부시에 대해 말해서는 안되는 암묵적인 금기가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축구선수라도 살인자(murderer)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다”며 거침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번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승부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자 신중하게 맨유의 승리를 점쳤다.
한편, 제 61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으로 초청된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의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나 세계 축구팬들의 우상이 된 마라도나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하면서 이를 통해 반미, 반제국주의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이 영화에서 마라도나는 “마약은 나 스스로를 내부에 유폐시키고 외로움과 씁쓸함의 나락으로 빠지게 했다”고 과거를 반성하는 한편 “부시는 살인자이며 CNN은 대량학살 중계로 돈을 번다, 정치가들이여 더 이상 민중을 착취하지 마라”고 주장한다.
체 게바라를 흠모하며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에 열광하며 베네수엘라 후고 차베스가 연 반FTA집회에 참석한 마라도나의 또 다른 면모가 카메라에 담겼다.
쿠스트리차 감독은 '세기의 골’로 선정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아르헨티나-영국’전에서의 마라도나의 골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포클랜드 사태 이후 열린) 이 경기 이후 순수하게 개인적인 축구의 역사는 끝났으며 정치 사회적인 의미를 띠게 됐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는 ‘마라도나기도문’을 외고 ‘신의 손’ 세례를 받으며 ‘디에고 찬송가’를 부르는 ‘마라도나교’의 풍자적인 해프닝도 그려져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마라도나는 자신을 비판한 적이 있는 펠레에 대해서는 “아마도 내가 말썽을 피우지 않고 운동만 했다면 펠레가 늘 내 뒷자리에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는 저녁 10시만 되면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지만 나는 새벽 5시까지 유흥을 벌인다는 점이 큰 차이”라며 비꼬았다.
쿠스트리차 감독은 “펠레는 언제나 주류 축구계의 중심에 있었지만 마라도나처럼 마오쩌둥이나 체 게바라의 세계와 가깝진 않았다”며 남미 민중의 영웅으로서 마라도나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영화제 초반 상영됐던 '타이슨'과 함께 20세기의 대표적인 스포츠 악동의 삶이 담긴 영화가 나란히 칸에 온 것도 현지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