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한 우즈베키스탄 신부가 도망갔는데 업체측은 베트남 신부로 교환을 제안하네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꿈을 안고 국제결혼을 선택했지만 결혼업체의 무책임한 처사로 평생 씻지 못할 한을 품게 됐다는 소비자가 본지에 국제결혼업체의 실태를 고발했다.
전남 목포에서 선장으로 일하는 정모씨는 지난 1월 국제결혼 전문 업체에 1050만원의 비용을 주고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국제결혼을 했다. 정씨는 1월 18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19일 저녁 맞선으로 얼굴 한번보고 21일 곧바로 결혼식을 올렸다.
신부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 정씨는 선장으로 한번 배를 타고 나가면 몇 달씩 조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일까지 쉬면서 신부의 한국생활 적응을 도왔다. 다행이 정씨의 신부는 다른 사람에 비해 적응이 아주 빨라 한 달도 되지 않아 혼자서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정씨는 마음이 놓이자 5월 8일부터 다시 선장일을 시작했다.
8일 출항을 해서 한창 조업 중이던 10일, 함께 국제결혼 했던 남자에게서 “신부들 4명이 함께 집단 가출을 했다”는 기막힌 연락이 왔다.
놀라서 돌아와 보니 옷, 패물부터 심지어 쓰던 샴푸, 치약에 냉장고 음식까지 모두 쓸어가 버린 집은 텅하니 비어있었다.
같이 도망간 4명중 한 신부를 경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찾아 물어보니 그들은 처음부터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사기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출 시 불법체류 중인 우즈베키스탄 남자와 동행했고 자신들의 정보가 알려질까봐 가출을 원치 않았던 한 신부는 타지에 실어 보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철저히 준비된 사기극이었다.
경찰은 “단순 가출로 수사하긴 힘들다”고 했고 출입국 관리소 또한 “작정하고 도망 다니는 사람을 찾긴 힘들다”고 답했다.
결혼업체로 억울하다며 항의하자 업체측은 베트남 신부를 다시 소개해 주거나 700만원을 환불해 주겠다고 했다.
결혼하기위해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인데다 신부의 한국생활 적응을 위해 몇달동안 일도 못해 경제적인 손실이 말로 할수없을 만큼 많았지만 그보다 정신적인 황폐감으로 피폐해 졌는데 업체측은 마치 물건처럼 '교환'이나 '환불'만 떠드는 것이 기가막혔다.
정씨는 며칠 고민하다 베트남 신부를 택하고 업체측과 다시 일정을 상의했다. 그러나 이번엔 ‘이혼’이 걸림돌이 됐다. 신부 없이 이혼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고 1달 만에 처리하고자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400~500만원의 추가비용이 필요했다.
이에 정씨는 “결혼식 비용에다 가방하나 들고 온 신부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2000만원이 넘게 쏟아 부었다. 현재 생활비도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이어 “죽고 싶어도 부모님 생각에 그럴 수도 없다.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면 충격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이혼처리만이라도 빨리 되면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정씨는 업체 측에 변호사 선임비용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정씨는 서울 본사를 찾아 4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사무실 앞을 지키는 침묵 투쟁을 통해서 변호사 선임과 필리핀 신부와의 결혼 추진을 약속받았다.
정씨는 “이대로 물러날수없다는 오기로 버텨 일부분이나마 보상을 받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한숨으로 세월만 한탄하고 있다. 인륜지대사라고 하는 결혼을 아무 책임없이 엮어버리고 무책임하게 버티는 국제결혼업체들이 한둘이 아니다. 또다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이 같은 사연을 널리 알려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