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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차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코리안 돌풍’이 불고 있다. 1990년대 국내 수입차 시장 형성 초기에는 본사에서 온 외국인 임원들이 주였지만 최근에는 한국인 CEO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수입차 업계의 발빠른 현지화 전략으로 분석된다.
23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 진출한 수입차 14개 업체 대표 중 10명이 한국인이다. 외국 CEO에서 한국인으로 바뀌거나 최근 설립된 한국법인은 처음부터 한국인을 앉히는 추세다. 출신도 대우, 기아차 등 동종업계 뿐 아니라 전자와 증권사 출신까지 골고루다. 이에 따라 올해 숨막히는 경쟁이 예상되는 수입차 시장에서 국내외 출신 CEO간 한판 승부가 주목된다.
외국인에서 한국인으로 바뀐 곳으로는 12년간 외국인 사장이 있던 크라이슬러코리아가 최근 사례. 지난 18일 신임사장에 오른 안영석 사장은 대우차 유럽지역 마케팅팀장 출신으로 2004년 크라이슬러코리아에 합류해 웨인첨리 전 사장의 후임을 꿰찼다.
2001년 전임 리아파텔 사장 후임으로 온 기아자동차 출신의 정재희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사장도 같은 경우. 현재 쌍용자동차에서 글로벌마케팅 상무로 재직 중인 김근탁 전 GM코리아 사장도 2001년 당시 데이비드 제롬 사장의 후임 자리를 차지한 바 있다. GM코리아는 김 사장 이후 2006년 대우차 이집트 생산법인대표 출신의 현 이영철 사장을 임명해 한국인 사장 체제를 굳혔다. 이에 앞서 2000년 BMW코리아는 카르스텐 엥엘 사장 대신 김효준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은 바 있다. 김 사장은 대우증권의 전신인 삼보증권 출신이다.
최근에는 초대부터 한국인 사장을 임명하는 업체도 많다. 이동훈 재규어ㆍ랜드로버 사장은 LG전자 출신으로 지난 4월 새 법인 출범과 함께 초대 대표로 임명됐다. 이탈리아의 페라리와 마세라티를 수입하는 FMK에도 대우차 북미법인 마케팅 담당 출신의 전우택 대표가 있다. 폴크스바겐코리아도 2005년 출범 초기부터 한진건설 출신의 박동훈 사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1년 푸조 공식 수입업체인 한불모터스가 코오롱상사 출신 송승철 사장 체제를 이어오고 있고 혼다코리아도 초대 사장인 정우영 사장도 수입차 업계 초대 한국인 사장 1세대다.
이들은 대체로 전 직장에서 해외주재원 경험이 있거나 유학파인 경우가 많다. 기아차 출신인 GM코리아 장재준 이사는 한국인 CEO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대해 “본사의 의중을 읽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본으로 한국 시장의 변화 트렌드를 읽는 능력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특히 대우와 기아차 출신이 많은 것은 회사가 어려웠을 때 능력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하랄트베렌트, 아우디코리아는 트레버힐 사장으로 전임 사장들에 이어 ‘게르만 혈통’(?)을 고수 중이다. 한국도요타도 일본인 출신인 치기라타이조 사장으로 이어오고 있다. 다만 한국닛산은 미국인 사장 체제를 유지하며 초대 케네스엔버그 사장에 이어 현재 그레고리필립스 사장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권남근ㆍ윤정식ㆍ하남현 기자(yjs@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