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지원장을 지낸 뒤 법복을 벗은 변호사에게 법원이 통상의 경우와는 달리 4차례나 구인장을 발부하면서 `인내력을 갖고' 영장실질심사에 나오기를 기다려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는 지난 2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조은석 부장검사)가 이모 변호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세금을 부과받은 의뢰인에게 "영향력 있는 고위 인사에게 부탁해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말해 5억원 이상의 돈을 받아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를 받고 있다.
그는 또한 다른 의뢰인으로부터는 소송에 쓰겠다며 돈을 받은 뒤 이를 빼돌려 개인적 용도로 쓴 혐의(횡령)도 받고 있다.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으며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변호사가 첫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됐던 지난달 24일 법정에 나오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이달 28일까지 한 달이 넘도록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고 자택은 물론 사무실에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사실상 잠적한 상태여서 `도주 우려가 없다'는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법원은 피의자를 법정까지 강제로 나오게 하도록 1주일 짜리 구인장을 발부하는데 이 변호사는 검찰과 연락을 끊은 채 3차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고 4번째 구인장의 기한이 끝나는 28일에야 자진해 출석했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에서 피의자가 도주하면 한 차례 정도 구인장을 추가로 발부해 검찰로 하여금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도록 하기도 하지만 이것마저 여의치 않으면 피의자가 없는 상태에서 영장의 발부 또는 기각을 결정해왔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검찰의 피의 사실을 보면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 정도여서 유.무죄 판단에 대해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보였고 피고인의 변호사가 무죄를 입증할 증거 자료를 내겠다고 해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 관계자는 "반박할 자료가 있으면 영장심사 때 제시하면 되는 것인데 법원의 구인 명령까지 3차례 무시한 피의자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없다고 영장을 기각한다면 어떤 피의자가 도주 우려가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영장 기각 다음날인 지난 29일 특경가법상 사기, 변호사법 위반, 횡령 혐의를 적용해 이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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