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인해 안전한 투자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잇단 허리케인의 상륙으로 미국의 에너지 재고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17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급반등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6.01달러(6.6%)나 급등한 배럴당 97.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5.73달러(6.4%) 오른 배럴당 94.95달러를 기록해 90달러 선을 다시 회복했다. 이로써 브렌트유는 1988년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최장 기간이었던 14일간의 하락세를 마감했다.
이날 유가의 급등은 미 정부의 AIG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폭락하고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 등 여타 금융기관도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불안이 확산되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를 찾으려는 자금이 몰리면서 국제유가가 그동안의 하락세를 벗어나 급등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허리케인의 잇단 상륙으로 정유시설의 가동일이 줄어들면서 미국 원유재고가 예상보다 줄어들었다는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허리케인 구스타프와 아이크로 인해 생산과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지난주 국내 원유재고가 2억9천170만 배럴로 전주보다 633만 배럴이 감소했으며 지난주 휘발유 재고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미 연료생산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멕시코만 석유생산시설중 97%가 아직 가동을 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그동안 오름세를 보였던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유로화가 강세를 보인 점도 유가 상승에 일조했다.
미 달러화는 유로당 1.4340달러로 거래돼 전날보다 1.5% 하락했다.
안전 자산 선호현상이 확산되면서 12월 인도분 금 가격은 70달러(9%)나 급등한 온스당 850.50달러를 기록해 기록확인이 가능한 1980년 이래 최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금 선물은 1974년부터 거래가 개시됐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