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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멜라민' 분유이어 세균 분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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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멜라민' 분유이어 세균 분유까지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9.2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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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멜라민 분유' 파문을 촉발한 싼루(三鹿)사의 제품에서 이번에는 유해성 세균인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다.

24일 간쑤(甘肅)성에서 발행되는 난주일보(蘭州日報)에 따르면 간쑤성 질량기술감독국은 싼루의 분유 브랜드인 '후이여우(彗幼) 2단계'에서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가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질량감독국은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고 담당자들에게 멜라민 성분 외에도 다른 유해 물질이 함유됐을 가능성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지시했다.

싼루사는 이미 9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자사 분유를 먹은 아기들이 신장결석에 걸렸다는 진정을 접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국 지방정부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6일 앞둔 지난 8월2일 싼루사로부터 분유가 멜라민에 오염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았으나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이런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중국 최고지도부는 멜라민 분유 파문을 사전에 적발하지 못한 리창장(李長江)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질검총국) 국장의 사표를 받아내는 등 고위 관료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있다.

이처럼 파문이 확산되자 중국의 유제품 가공 기업 300여개는 공동으로 선언문을 발표해 원료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제품 관리를 통해 이같은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멜라민 분유 파문은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을 넘어 필리핀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까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 멜라민 이어 사카자키균까지 = 멜라민 분유 파문을 야기한 싼루사에서 영유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세균인 사카자키균까지 검출됨으로써 이 회사를 비롯한 중국 분유업계의 총체적 관리 부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카자키균은 장내 세균의 일종으로 발생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신생아와 유아에게 치명적인 수막염, 패혈증, 발작, 괴사성 장관염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동물의 장 또는 자연환경에서도 많이 발견되는 등 다양한 곳에서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조한 분유에서도 가끔 검출돼 사회 문제가 된 바 있다.

싼루사에서 제조한 분유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된 가운데 분유와 우유 제조업체 등의 총체적 관리 부실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중국 농업부는 22일 공안부와 위생부 등 유관 당국과 공동으로 통지문을 발표해 모든 유제품 제조업체에서 사용하는 우유 저장창고에 대한 등록과 철저한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쑨정차이(孫政才) 농업부장은 "원유 생산 중간단계에서의 정부 당국의 관리는 사실상 공백 상태였다"면서 관리 소홀을 인정하고 "앞으로 모든 우유 저장창고를 정부에 등록하고 철저한 관리 감독을 실시함으로써 유통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싼루사와 지방정부의 진상 은폐 및 늑장 대처 = 공업용 화학물질인 멜라민을 함유한 분유를 생산한 싼루사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이번 파문의 진상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국 신화통신은 22일 정부 조사단의 공식 조사 결과, 싼루사가 멜라민 분유에 대해 작년 12월부터 거짓말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만명의 영아들이 신장결석에 걸리고 3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싼루사는 신장 결석증에 걸리는 아기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항의를 접수하고서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6월 뒤늦게 실험을 실시해 분유에 멜라민 섞여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특히 싼루사 본사가 소재한 스자좡(石家庄)시의 고위 관리들은 지난 8월2일 싼루사로부터 멜라민 분유에 대해 보고를 받았으나 상부기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규정을 어기고 상부기관인 허베이(河北)성 정부나 국무원 관계 부서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던 스자좡시 당위원회와 시정부는 베이징올림픽이 폐막한 뒤인 지난 9일 뒤늦게 상부에 보고를 했다.

스자좡시 당국이 멜라민 분유 파문을 1개월 이상 은폐한 것은 올림픽 개막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사건을 터뜨리면 중국의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위력 발휘하는 '고관문책제' = 중국 최고지도부는 정부 부처가 업무수행 도중 오류를 범할 경우 행정수장에게 책임을 묻는 이른바 서구식 고관문책제를 통해 이번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최고지도부는 신장결석 환자가 5만3천명으로 늘어나고 4명이 숨지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장관급인 리창장 질검총국장에게 감독 부실의 책임을 물어 사직서를 받아냈다.

 리 국장은 멜라민 분유 파문 이후 옷을 벗은 최고위직이다. 또 싼루사 본사가 있는 스자좡시의 우셴궈(吳顯國) 당서기도 옷을 벗었다. 지춘탕(冀純堂) 시장과 장파왕(張發旺) 부시장은 이미 사직했다.

중국 지도부가 최근 대형 안전사고나 식품안전사건과 관련이 있는 고위 관리들을 줄줄이 문책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서비스 지향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 중국이 적극 도입하고 있는 고관문책제의 가장 큰 희생양은 멍쉐눙(孟學農) 산시(山西)성 성장이었다. 그는 지난 14일 대규모 사망자를 낸 산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 변호사들에게 피해자 무료 법률자문 금지령 = 중국 당국은 멜라민 분유 파문이 집단 시위나 사회불안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변호사들에 대해 피해자들에 대한 무료 법률자문 금지령을 내렸다.

홍콩 신문들은 23일 중국 사법당국이 이번 멜라민 분유 파문으로 피해를 입은 부모들에게 무료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90명의 변호사 모임에 대해 손을 떼라며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변호사들은 "지방정부 사법당국이 무료 변호 모임에서 탈퇴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거나 그래도 기어코 돕고 싶다면 친정부 기관인 지역별 변호사협회를 통해 도와주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동아시아에까지 파문 확대 = 베트남 보건당국은 23일 중국산 우유에서 멜라민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베트남 보건부의 응웬 훙 롱 식품부 부국장은 23일 "호찌민시 보건당국이 중국의 내몽고일리산업그룹이 생산한 우유에서 멜라민 성분을 발견해 이 우유를 수입한 낌안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18t 상당의 우유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또 멜라민 분유 사태로 인해 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산 유제품에 대해 수입 및 판매금지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아시아 각국은 잇따라 중국산 유제품 판매를 금지하거나 수입 중단 조치를 실시하고 자국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중국산 저질분유를 먹은 4살짜리 남자 어린이가 신장결석에 걸린 사실이 추가로 확인돼 피해자가 2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병원에서 검진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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