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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취임 3주년 맞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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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취임 3주년 맞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 승인 2006.10.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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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핵실험 이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사업이 존폐 위기에 처한 가운데, 남북 경협을 이끌고 있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쓸쓸한' 취임 3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고(故) 정몽헌 회장의 뒤를 이어 난파 직전 '현대호'의 선장이 된 이후 3년간 현 회장은 두 번의 경영권 분쟁과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사퇴 파문 등 온갖 격랑을 이겨내고 적자 투성이였던 그룹 경영을 흑자로 돌려세우며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현 회장은 21일로 돌아오는 취임 3주년을 맞아 주위로부터 축하를 받아야 할 때 북핵 위기라는 최악의 악재를 만나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 현대그룹과 함께 성장한 현 회장의 3년 = 갑작스런 자살로 세상을 등진 남편의 뒤를 이어 2003년 10월 현대그룹의 회장이 될 때만 해도,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현 회장이 '약체' 현대그룹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 회장은 특유의 '뚝심 경영'으로 취임 2년 만에 전 계열사의 흑자를 달성했고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파동을 정면으로 돌파해 경협 사업의 투명성을 제고했다.

    현대그룹은 작년 매출 6조9천700억원을 기록했다. 2003년에 비하면 28%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 면에서도 2003년에는 2천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7천800억원의 흑자를 거뒀다.

    현 회장의 취임 이후 그룹의 재무구조도 눈에 띄게 건실해졌다.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등 주요 계열사의 재무상태가 호전되면서 2003년 418%에 달했던 그룹의 부채비율은 작년 203%까지 낮아졌다.

    무엇보다 작년 8월 불거진 김윤규 전 부회장 파동 때 북한 측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뚝심'으로 윤리경영을 관철해 대북 경협사업의 투명성을 제고한 점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현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현대상선에 대한 의존도가 큰 그룹의 수익 구조 개선을 도모하는 등 내일을 위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北 핵실험..큰 시험 만난 현 회장 = 그러나 현 회장은 취임 3주년을 맞이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시험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현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지켜 온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아산의 매출액은 2천350억원으로, 같은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매출액 4조8천450억원에 비하면 2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못하다.

    그러나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 등으로 이어지면서 남북 화해협력과 경제공동체 실현이라는 대의를 추구해 온 상징성 때문에 현대그룹으로선 어느 계열사보다 중요한 사업이다.

    이런 현대아산의 남북 경협이 북한의 핵실험과 뒤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나 존폐 논란까지 일고 있어 현 회장의 속을 태우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되는 상황이 현 회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어 더욱 현 회장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그룹 측은 현 회장의 취임 3주년이 되는 21일 현 회장의 기자간담회 등 간단한 기념 행사를 준비했지만 현 회장이 이를 고사해 특별한 행사 없이 취임 3주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이 과거 3년 동안 그러했듯이, 또다시 큰 난관에 봉착한 현대아산의 남북 경협사업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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