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오픈마켓이 ‘세금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픈마켓은 개인이 자신의 상품을 쇼핑몰에 올려 판매하는 방식하는 C2C 거래로 회사가 제품을 구매해 판매하는 B2C와 구별된다.
매출규모가 적지 않은데도 불구, 개인회원으로 등록해 정상적인 부가세와 소득세를 탈루하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은데다 일부 공장이나 도매상조차 개인 ID로 제품을 대량 판매해 역시 세금을 포탈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매자들은 “온라인 쇼핑몰이 워낙 박리다매를 지향하고 있어 부가가치세조차 확보할 수 있는 마진을 보기 어렵고 상품을 매입하는 오프라인 시장이 무자료거래 시장이어서 세금 자료를 확보하는데도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다.
그들은 또 “100% 투명한 세정이 구축되지 않는 이상 오픈마켓의 세금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픈마켓의 세금 실태=올 상반기 국내 G마켓, 옥션, 다음온켓 등 오픈마켓 온라인 쇼핑몰들이 거둔 매출은 총 2조2659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조2797억 원)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일반 B2C 형태의 쇼핑몰 매출 1조7909억 원보다도 크게 높다.
결국 우리나라의 온라인 쇼핑몰 구조가 앞으로 오픈마켓 위주로 급속히 재편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오픈마켓은 세금 문제에서 ‘미해결 사안’이 많이 남아 있다. 개인 간 판매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세금부과가 판매자의 개별 신고에 의존한다. 악성 탈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성형외과, 변호사, 음식점등 대형 자영업과 거의 같은 구조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의 세무업무를 전문 담당하고 있는 세무사 J씨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내 오픈마켓 거래의 40~50%정도를 무자료 거래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해 5조원 규모의 오픈마켓 거래중 2조원 이상이 부가가치세나 사업 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총 거래의 10%가 부가세임으로 이 규모로 따진다면 부가세 탈루액만 연간 2000억 원에 달한다는 예상이다.
그러나 이중에는 간헐적으로 중고물품이나 미사용 물품을 판매하는 등의 개인간 소규모 거래도 포함돼 있어 사업적인 규모로 이뤄지는 정확한 탈루액은 역시 추산하기가 쉽지 않다.
◆국세청의 감시도 날카로워져=오픈마켓 판매업자들에 따르면 작년 국세청이 판매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단속을 벌여 일부 사업자들이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세무 단속은 국세청의 직권 단속과 함께 판매자들의 탈세 신고도 한 몫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판매자들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부가세 10%를 내는 판매자와 내지 않는 판매자간 경쟁력이 월등한 차이를 보이게 됐고 이로 인해 세금을 내는 판매자가 세금을 내지 않는 상대방 판매자를 시기해 국세청에 신고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과 온라인쇼핑몰 업체들이 정보 공개의 범위를 놓고 공방도 벌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국세청이 세금 추징을 위해 개인ID를 가진 회원들의 판매정보를 요청했으나 업체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이를 전면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세청과 온라인쇼핑몰 업체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관계는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 실태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도 “개인정보라고 하더라도 상표법 위반이나 장물, 밀수등 위법행위와 관련이 있는 정보는 제공하고 있다“며 “세무관계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적극 협조했다”고 원론만을 되풀이했다.
◆왜 무자료거래인가= 세무사들은 무엇보다 판매자들의 세금에 대한 인식이 극히 낮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그냥 팔고 나면 끝 ’이라는 생각이 팽배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낮은 세무 인식 때문에 오픈마켓들도 판매자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세무 관리를 독려하고 있다. G마켓과 옥션 등은 “정기적으로 세무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사이트내에 세금Q&A를 운영하고 연간 3만번 이상의 독려메일을 보내고 있다 ”고 주장했다.
다음은 박리다매로 인해 세금에 대한 부담이 높고 매입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이유도 판매자들의 세금 기피요인이 되고 있다.
오픈마켓은 그 구조상 박리다매로 마진이 워낙 적어 세금을 확보할 여력이 없다고 판매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판매자 박모(33)씨는 “판매자들이 5%도 안 되는 마진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많은데 택배비, 반품, 입점비등을 처리하다보면 실제적으론 마이너스 수익률이 날 때도 많아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거래의 무자료 문제도 온라인 판매사업의 탈세를 부추긴다.
판매자들이 대부분 제품을 매입하는 동대문 시장이나 남대문시장 등에서는 세금계산서를 거의 발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매입계산서가 없는 온라인 사업자들로서는 판매액이 그대로 수익이 돼버리는 수가 많다. 예를 들어 1억원 매출이 그대로 수익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온라인 판매사업을 3년동안 해왔다는 서모(29)씨는 “오프라인 시장의 무자료거래가 온라인까지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전체 시장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는 오픈마켓의 탈세는 근절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