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례
‘진짜진짜 좋아해’는 공연을 보기 전에 ‘국민의례’를 한다. 무성영화 연사와 같은 진행자가 ‘국민의례’를 한다며 일어서라고 하자 한번에 일어나지를 않는다. “정말 하는 것 맞다”며 세 번 가량 객석을 향해 알리고 나서야 모두들 쭈빗쭈빗 일어난다.
지금이야 이렇게 낯선 일이지만 1980년대에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영화관에 가면 ‘국민의례’와 ‘애국가제창’은 물론 ‘대한늬우스’를 봐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국민교육헌장의 암기’에서부터 오후 다섯 시만 되면 사람들을 ‘차렷’ 시키던 ‘국기하강식’, 시도 때도 없는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가 제창(4절까지)이 의무이던 시절이 바로 1980년대 였다.
공연 시작 전 실시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는 향수를 불러오는 일종의 의식이다. ‘국기하강식’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제 갈길 가는 사람을 본‘애국시민’들이 속으로 ‘저런 불온한 인간이 있나!’ 질타하던 그 시절을 불러오는 것이다.
- 롤러장
지금 우리에게 클럽과 나이트가 있다면 그 시절에는 롤러장이 있었다. 1980년대에는 좀 논다는 언니 오빠들이 모여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유로나이트댄스음악에 맞춰 기차놀이를 했다.
프릴이 한껏 잡힌 블라우스에 나팔바지에 입고 바지 뒷주머니에는 도끼빗을 처억 꽂은 채 말이다. 이런 장면이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에서 고스란히 되살아 난다. 물론 되살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를 했다.
흥겨운 음악에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배우들이 무대가 꽉 차게 몰려나와서 롤러스케이트를 신은 채 덤블링을 하고 춤을 춘다. 쇼이며 뮤지컬인 이 공연의 백미중 하나이다.
- 통금
‘진짜진짜 좋아해’에서 장미는 첫사랑 윤석과 유치장 안에서 재회한다. 그러나 윤석도 장미도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다. 그 당시에는 통금이란 것이 있었다.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국민들의 통행을 금지하는 법이다.
사라진 진영을 찾기 위해 거리를 헤메이던 장미와 변호사가 된 윤석이 통금에 걸려 유치장 안에서 재회하게 된 것이다. 이 통금은 1945년 9월부터 무려 37년간 계속되었다. 야간 통행금지조치가 해제된 것은 1982년 1월 5일의 일이었다.
1982년 1월 5일 새벽 4시를 기해 일부 전방의 접적지역과 후방 해안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일제히 해제되었다. 밤이 시작됐을 때 기념 사진을 찍는 진풍경이 연출되는가 하면, 북악스카이웨이와 남산을 1시간30분 정도 돌아보는 ‘시내 야경관광’이 생기기도 하는 등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시절이었다.
주위 청소년들에게 물어보자. “땅콩으로 버무리 튀김과자는 뭐게?”, “버스안내양이란 말 아니?” 과연 몇이나 알고 있을까?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추억요소가 있다. 나머지는 직접 공연을 보면서 찾아보자.
아들, 딸과 함께 손을 잡고 오랜만에 추억 나들이 한번 하면 좋지 않겠는가! 2008년 공연 당시 추억이 묻어있는 친숙한 음악,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력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사랑받았던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는 오는 2월 22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연이어 공연된다. (2009년 1월 8일 ~ 1월 2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이어 호암아트홀에서 2월 22일까지)
[뉴스테이지= 조아라 기자,사진 김고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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