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65) CJ그룹 회장의 두 자녀 이선호(35) CJ제일제당 식품전략실장과 이경후(40) CJ제일제당 브랜드전략실장은 SG생활안전(대표 성정현)의 독자적인 성장을 통해 개인자산을 축적해 가고 있다.
SG생활안전은 이재현 회장의 두 자녀가 90% 지분을 보유한 씨앤아이레저산업(대표 성정현)이 2015년 인수한 연결 자회사다. 연간 매출이 지난 2020년 약 600억 원에서 지난해 1200억 원으로 불과 4년만에 2배 이상의 성장을 이뤄냈다. 주목할 점은 CJ 총수 일가가 보유한 개인 기업임에도 지난해 기준 내부거래 비율은 1%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CJ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개인기업은 씨앤아이레저산업으로 이선호 실장(51%)과 이경후 실장(24), 이경후 실장의 남편인 정종환 CJ 글로벌인테그레이션 실장(15%),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전 CJ그룹 부회장의 자녀인 소혜(5%), 호준(5%) 씨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선호, 이경후 실장과 그 배우자의 지분이 90%에 달한다.
이 회사는 이 회장이 2006년 설립한 뒤 2016년에 지분 전량을 가족들에게 증여했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이 4600만 원밖에 안 되지만, 연결 기준으로 보면 매출이 1227억 원에 이른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지분 74.6%를 보유한 SG생활안전이 지난해 122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덕분이다.


국내 최초로 군용 방독면을 개발한 SG생활안전은 1950년 3월 설립된 국내 방위산업 제1호 지정기업이다.
현재는 화생방 관련 국방물자 생산, 방호시설 시스템 설비 건설, B2B 안전 제품·체험관 제작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CJ그룹에 인수된 이후 공기실험실 증축 등 연구소를 확장했고 2017년 차량용 공기청정기와 황사·방역 마스크를 선보였다. 2019년 말 소방안전 사업 분야에 진출했고 2020년에는 손소독제를 런칭했다. 의류관리기 등 생활안전 제품도 판매한다.
2022년 전기차 충전소 토털 솔루션 사업도 시작했다. 충전소 설치부터 운영·유지보수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올해 들어 식품 사업에도 발을 담갔다. 헬스 보충제 중심의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론칭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모색 중이다.
CJ그룹 편입 이후 200~400억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고, 2020년 들어선 600억 원 안팎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성장세가 더욱 가파르다. 2022년 683억 원, 2023년 943억 원, 지난해 1226억 원으로 2년 새 매출이 2배가량 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K2 전차 수출이 확대되면서 전차용 화생방 종합보호장치 등 특수 장비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세계 군사비 지출액이 2028년까지 연평균 3.5% 성장하는 등 글로벌 방산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SG생활안전의 매출 성장세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가 독자적인 사업기반을 통해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는 반면, CJ그룹과의 내부거래액은 절반으로 줄어든 사실도 인상적이다. 이에 따라 과거 4~6%를 기록하던 CJ그룹과의 내부거래 비중은 2023년 1.3%, 지난해 1.2%로 크게 떨어졌다.
SG생활안전이 이 같은 성장세를 지속한다면 순조로운 승계작업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후계 수업중인 이 실장은 (주)CJ 지분율이 3.2%로 낮다. 하지만 오너일가가 보유한 회사 지분가치 중 19.5%를 이미 승계한 상태다. 이 회장이 60대, 이 실장이 30대 중반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SG생활안전의 안정적 성장을 통해 승계 재원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셈이다.
이 실장의 그룹 계열사 보유 주식가치도 5237억 원(18일 종가 기준)으로 적지 않다. 약 1조9000원인 이 회장 주식가치의 4분의 1 이상이다.
또 이 실장은 CJ올리브영 11.04%, CJ ENM 0.5%의 지분을 보유했다. 현재 주식가치에서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2%로 낮다.
SG생활안전의 매출 증대로 모회사에 대한 배당이 시작되면 이 실장이 보유한 씨앤아이레저산업 주식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추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이뤄진 뒤 이 회장의 잔여 지분을 받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 주식가치의 절반은 CJ올리브영 지분 평가액이다. 당초 이 실장이 CJ올리브영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주)CJ 지분을 매입하는 승계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 상법 개정안 통과로 상장을 통한 승계 지렛대 역할을 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상법 개정안 가결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면서 비상장 자회사 상장 시 발생하는 모회사 주주가치 하락에 대해 이사진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주)CJ와 CJ올리브영의 합병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CJ 시가총액은 약 4조6000억 원인데 올해 들어 30% 이상 늘어났다. 이에 따라 외형이 더 커지기 전 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르면 2026년 초 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CJ올리브영이 향후 상장보다는 (주)CJ와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너 3세들이 (주)CJ 지분을 매입하는 것보다 합병이 세금 부담 측면에서도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 추정하는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6~7조 원으로 (주)CJ의 시가총액 4조4000억 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양사가 포괄적 주식 교환으로 합병하면 이 실장 등 4세들이 가지는 (주)CJ 지분은 대폭 확대된다.
CJ신형우선주(CJ4우)가 2029년 전량 보통주로 전환되면 이 실장의 지분은 약 3.3% 늘어난다.
이 실장은 그룹의 모태인 CJ제일제당에 2013년 공채로 입사한 뒤 2017년 부장으로 승진해 바이오사업팀과 식품전략기획팀을 거쳤다. 2020년 일시적으로 직위를 내려놓고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2021년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그는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승진했으며 현재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올해는 해외 식품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주력 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워 현지 1위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지난해 2월 헝가리 식품 제조법인과 올해 3월 프랑스 식품 유통법인을 연이어 설립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이재현 회장 동생과 외삼촌의 개인기업...사업 초기인 탓에 매출 지지부진하고 적자
CJ그룹 66개 상장사에 속해 있는 재산홀딩스(대표 정지연)와 제이에이치투자(대표 손주홍)도 오너 일가 개인기업이지만, 업력도 짧고 존재감 역시 아직 미미하다.
재산홀딩스는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전 CJ그룹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했다. 제이에이치투자는 이 회장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이 56.6%, 배우자 김교숙 여사가 16.6%, 장남 손주흥 씨 16.6%, 장녀 손희영 씨 10% 등 100%를 보유했다.

(주)CJ는 이들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있는 이재현 회장과 친인척인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CJ그룹 계열사에 속해 있다.
두 개인회사는 자본금이 크지 않고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 자리 잡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규모도 크지 않아 그룹에서 존재감이 미약하다. 다만 개인기업을 키우기 위한 내부거래도 없다.
2019년 11월 자본금 15억 원으로 설립된 투자회사 재산홀딩스는 경영컨설팅에 이어 △투자일임업 △투자자문업 △기업 인수·합병(M&A) △해외 투자자본 유치 △부동산 컨설팅·임대업 등으로 사업 목적을 확대하며 금융투자회사로 전환하고 있다.

제이에이치투자 역시 경영컨설팅과 부동산업을 주업으로 하는 투자회사로 2018년 설립됐다. 자본금은 30억 원이다. 현재 손주홍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손 대표가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를 겸직 중이며 손희영 씨와 김교숙 씨가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다. 사내이사 4석 가운데 3석을 손경식 회장 일가가 차지하고 있다.
매년 5~6억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 중이며 지난해에는 적자전환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