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신년연설에 대한 시중의 반응을 물은 뒤 "연설 중에 좀 페이스를 잃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尹勝容)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수석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회의에서는 관련 비서관들이 신년 연설에 대한 여론의 반응과 시청률 등을 대통령께 보고하고, 나름대로 토론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년연설에 대한 청와대 내부 평가에 대해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 크게 빠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당초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며 프롬프터(원고 자막기) 없는 파격적인 강의형 국정연설을 기획했지만 시간조절에 실패해 그 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연설문이 A4 용지 61쪽에 4만3천자 분량으로, 이를 소화하려면 2시간도 모자란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사전 방송 리허설 등 만반의 대비를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임기 마지막 해 국정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윤 수석은 "현장에서 시간조절이 원활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연설이 매끄럽지 못하게 됐다"며 "종합적으로 참모들도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그러나 '준비 부족' 지적에 대해선 "연설을 앞두고 원고를 수차례 독회했기 때문에 리허설에 버금가는 준비는 다한 것"이라며 "대통령께서도 원고를 충분히 숙지하시고 연습에 준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이번 연설의 형식 또한 참모들의 권유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연설 형식에 대해 논의하던 중에 대통령의 연설 스타일 등을 고려해 원고에 얽매인 낭독 보다는 자연스러운 연설 형식이 보다 설득력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참모들이 강의형 연설을 권유했고, 노 대통령이 이를 채택했다는 설명이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 신년연설은 연설 포맷으로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고, 민생문제와 관련해선 진솔하게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본다"며 "다만 연설 뒷부분에서 시간조절이 원활히 안돼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조절의 경우 청중 반응 등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노 대통령은 신년연설 원고 중 방송에서 소화하지 못한 부분은 25일 신년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