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경환 기자]‘여대생 대기 중’, ‘서민자금 대출’, ‘비공개 사이트 오픈 기념 이벤트’
휴대폰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불법 스팸메시지 한통쯤은 받아봤을 것이다. 기자도 조금은 민망한 문구의 메시지를 누가 볼까 남 몰래 지워 본 기억이 있다.
이 성가신 스팸메시지는 날로 기승을 떨치고 있다. 지난 2008년 200만여건에 불과했던 불법 스팸 신고 건수가 지난 해에는 2119만 건이 접수됐다. 1넌 만에 무려 10배나 늘어났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중앙전파관리소가 대출알선 수수료를 받을 목적으로 7개월여 동안 불법스팸 메시지 1020만 건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송한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명의도용한 인터넷 ID와 휴대폰 22개를 이용, 하루 3만~9만건의 불법 대출광고 스팸 메시지를 전송했는데 이 중 대출이 성사되면 진행비용 명목으로 모두 2억1000만원 상당의 불법수수료를 챙겼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들은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수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이들에게는 그만한 돈이 부담될 리 없다..
대출브로커 외에 영세업체들도 스팸메시지의 주범이다. 저렴한 비용의 홍보수단으로 스팸메시지를 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팸메시지가 돈벌이에 도움이 되는 한 이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각 통신사들은 휴대폰 한 대당 하루 발송한도를 500건으로 제한하는 등 나름대로 자정노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대포폰이 존재하는 한 그 정도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사실 1건 당 20원씩 하는 문자메시지를 수천만 건씩이나 보내주니 SK텔레콤.KT.LG텔레콤 등 통신사들에게는 스팸메시지가 고마운 소득원이기도 하다. 문자메시지 시장이 5천억원이 넘는다니 통신사들이 스팸메시지로도 적잖은 돈을 벌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통신사들이 말과 달리, 스팸메시지 근절에 뜻이 없는 게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솔직히 통신사가 마음만 먹으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방법은 간단하다. 하루 오가는 문자메시지 중 수백건씩 발송되는 단체문자만 걸러내 확인하면 된다.
모임 공지인지, 불법 스팸메시지인지 걸러내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인력도 필요하고, 돈이 든다 불평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 문자메시지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본 입장이라면 도의적인 책임 차원에서라도, 문자메시지 노이로제에 걸린 해당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해볼 만한 일이다.
편리하기 위해 소지한 휴대폰이 '노이로제' 대상이 됐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정부 규제는 둘째 치고라도 통신업계가 이제라도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