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열상품을 새 제품처럼 속여 파는 가구점들의 행태가 만연하고 있어 이를 규제할 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오는 5월 결혼을 앞둔 서울시 용강동의 이정훈(남.34세)씨는 지난 1월 말 대진침대 대리점에서 장롱과 침대 등 혼수용 가구 400만원 어치를 구입했다.
구입 당시 언론을 통해 대형마트가 진열상품을 신제품처럼 속여 판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 “혹시 진열 상품을 파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니 업주는 “진열상품은 말 그대로 진열만 할 뿐이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이 씨는 진열된 장롱의 문 뒤쪽 코너에 자그맣게 자신의 성과 예비신부의 성을 적어 놓았다.
그러나 지난 13일 주문한 가구가 도착해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장롱 내부를 확인 해 보니 두 달 전 적어놓은 글자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의심한 대로 진열 상품을 신제품처럼 배달해 온 것.
이 씨는 즉시 가구를 돌려보내고 업주에게 항의했지만 업주는 한 마디 사과도 없이 “환불은 안된다”고 잡아 떼다 이 씨가 “경찰에 고발하겠다”며 강력히 나서자 돈을 돌려줬다.
이 씨는 “만약 표시를 해 놓지 않았다면 감쪽같이 속았을 것”이라며 “이 같은 행태가 탄로난 뒤에도 업주는 일말의 자성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해당 업주는 “물품 수급이 어려울 때는 진열 상품을 보낼 때도 있다”며 “장롱을 제외한 다른 가구는 신제품이고 진열 가구도 엄연히 가구인데 크게 문제삼는 이 씨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진침대 본사 관계자는 “해당 업소가 대리점이긴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 제품은 다른 브랜드 제품이기 때문에 아무런 책임이 없으며 업주에게 본사에서 제재를 가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정책팀장은 “진열 상품을 신제품인양 속여 파는 행위가 만연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가 전무한 상태”라며 “피해를 입고 신고를 해도 관련 규정이 없어 해결이 어려우니 구입시 제품번호를 필히 적어놓아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중고품을 속여 판 것이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 될 수 있다. 하지만 가구의 경우 이 부분을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 있어 관련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