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로만 ‘신토불이’한다. 쿠바의 혁명을 이끌었던 체 게바라는 티셔츠에 얼굴까지 박아 입으면서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영웅들에 대해선 관심이 적다. 아무리 낯선 땅 쿠바의 태양이 이국적이라고 해도 나라가 어려울 때 이 땅을 위해 싸웠던 선배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도 있기 힘들다. 안중근 의사 순국 100년. 그래서일까, 시대를 앞서갔던 혁명가이자 사상가였던 안중근의 삶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은 체 게바라가 아닌 안중근의 얼굴이 양각된 티셔츠를 입고 각종 포럼이 진행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상이 어려울 땐 영웅이 필요한 법이다.
공연계에서도 안중근 의사의 삶을 무대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말에는 그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뮤지컬 ‘영웅’이 개막되기도 했다.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뮤지컬 ‘영웅’은 그 스토리라인 만큼이나 드라마틱했던 안중근의 삶을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막 날짜도 서거 100주년이 되던 그 해 10월 26일이었다.
올해는 연극 ‘대한국인 안중근’이 관객들을 찾는다. 이 작품은 ‘남한산성’의 김의경 작가, 연극, 뮤지컬, 오페라를 넘나들며 다양한 기량을 선보인 표재순 연출, 그리고 제이에스 극단(JS Theatre)이 만나 완성시켰다. 자신의 철학과 삶의 의지를 완성시키며 당당히 세상을 떠난 역사적 인물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안중근 의사는 생전 ‘동양평화론’을 주장했다. ‘동양평화론’은 각 민족은 반드시 독립을 유지해야 하며 그것은 동시에 배타적이어서는 안 되고 이웃나라와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형 언도에 대해 상고를 포기하면서까지 집필 의지를 보였던 ‘동양평화론’은 지금 시대에도 탁월하고 진보적인 사상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런 그의 사상은 자기 나라만 생각하는 민족주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딛고 세계가 지향해야 할 미래를 가르쳐 준다. 지피지기하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어수선한 우리 시대 지금 가장 필요한 지혜는 어쩌면 다 지나간 과거지만 꼼꼼히 되돌아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연극 ‘대한국인 안중근’은 오는 4월 22일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검단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