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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고지 하지 마"..설계사 말 들었다가 "어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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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고지 하지 마"..설계사 말 들었다가 "어이쿠!"
  • 차정원 기자 cjw1980@csnews.co.kr
  • 승인 2010.04.12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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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차정원 기자] 질병을 고지하면 보험가입이 안 된다는 보험설계사의 말만 믿고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소비자가 뒤늦게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험사와 팽팽한 갈등을 빚었다.

서울시 논현동의 이진영(남.28세)씨는 지난 2008년 12월 보험설계사를 통해 AIA생명의 '원스톱3대질병보험'. '든든상해보험', 무배당종신보험 등에 가입했다. 세 가지 보험을 합한 월 보험료는 11만원.

통상적으로 설계사와 대면 상담시 청약서에 사인을 하는 것과 달리 이 씨는 서류를 우편으로 배송 받아 사인을 했다. 배송 받은 청약서는 계약자 보관용 서류에 계약자 서명 부위가 잘려나가 있었다.


심지어 이 씨는 고혈압. 수면장애. 갑상선 양성 물혹 등 5가지 병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설계사는 이를 모두 고지하면 어떤 보험도 가입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고혈압 한 가지만 고지하고 보험에 들었다. 당시 설계사는 "문제 없도록 할 테니 믿고 맏겨달라"는 식으로 이 씨를 설득했다. 계약후 보험증권도 받지 못했지만 이 씨는 잘 몰라서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보험피해와 관련된 방송을 본 뒤, 찜찜한 마음이 들어서 지난달 23일 보험사에 사실을 털어놓았다.


상담원은 "고지의무 위반시 보험 실효가 마땅하지만 정황을 고려해 재심사를 받도록 해 주겠다"며 5년 치 건강검진. 요양기록내용. 진단서 등 병력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 씨는 서류를 구비해보려 했지만 5년 치를 모두 발급해주는 병원은 없었다.


이 씨는 다음날 이 같은 사실을 보험사에 알렸다. 상담원은 "설계사가 고의적으로 병력고지를 방해한 부분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도와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 씨는 당시 설계사와 삼자대면을 요구했지만 보험사는 "설계사가 원치 않는다"며 이를 거부했다.


보험증권도 받지 못했던 이 씨는 자신이 서명한 청약서와 보험증권 열람을 요구했으나 보험사는 "상의 후 안내해 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씨는 "보험사가 당시 설계사와 삼자대면을 거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청약서와 보험증권조차 보여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AIA생명 관계자는 "기록에 의하면 이 씨는 보험 서류를 받은 것으로 돼 있고, 열람을 요청한 서류는 고객이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포함돼 상의 후 통보 하겠다고 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청약서 등 계약자에게 필요한 서류는 우편으로 이미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담당 설계사는 지난해 9월 해촉됐기 때문에 3자 대면이 불가능 했다"며 "고지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한 상황"이리고 밝혔다.


그러나 이 씨의 청약서 서명 방식에 문제점이 있는 것은 보험사도 인정했다.

AIA생명 관계자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설계사가 계약자의 서명을 받는 부분에서 편법을 사용 한 것이 발견됐다"며 "이 부분은 분명 설계사의 과실이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환불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1주일 안에 이 씨에게 통보하겠다는 것.


한편, 이 씨의 경우처럼 보험가입 절차에 문제가 있는 불완전판매의 경우 규정상 3개월 이내에 소비자가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보험가입이 이뤄진 다음이라도 가입절차에 문제가 없는지를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완전 판매로 신고된 사례 가운데 소비자가 3개월 이내에 문제점을 인지하는 경우는 불과 12.2%에 그쳤다. 87.8%의 소비자가 3개월이 지나서야 이를 깨달았고, 무려 3년이 지난 뒤 인지한 경우도 32.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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