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팬택 정상화를 위해 전력 질주해 온 박병엽 부회장이 스마트폰 전쟁을 진두지휘하며 재기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동안 워크아웃에 들어간 회사를 추스르기에 급급했지만, 최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휴대폰 시장이 급변함에 따라 전력을 다해 이 부분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팬택은 최근 안드로이드 폰 ‘시리우스’를 내놓으며 스마트폰 전쟁에 가세했다.
시리우스는 3.7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화면에 퀄컴의 1㎓급 프로세서인 스냅 드래곤을 장착하는 등 강력한 스펙을 내세운 제품이다.
팬택은 올해 시리우스를 포함해 6∼7종의 안드로이드 폰을 연이어 출시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사업에 회사의 명운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선두에는 박 부회장이 서 있다. 박 부회장은 시리우스 개발 단계에서부터 출시까지 수시로 개발 담당자에게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아이디어를 직접 제공하기도 했다.
당초 2천100억원으로 잡았던 올해 연구개발(R&D)등의 비용도 3천억원으로 늘였다. 이 역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R&D에 대한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는 박 부회장의 판단 때문이다.
◆ 워크아웃 이후 개인 자산, 시간 모두 ‘올인’
박 부회장은 1987년 맥슨전자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29세 때인 1991년, 4천만원으로 팬택의 전신을 세웠다. 이후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을 차례로 인수하며 한때 노키아, 삼성전자, 모토로라, LG전자 등과 경쟁하며 휴대전화 세계 7위 업체로 올라서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몰려 2006년 12월 워크아웃을 신청, 2007년 4월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박 부회장은 이후 주식 뿐 아니라 전 재산을 내놓으며 백의종군에 들어갔다. 오너에서 전문경영인(CEO)으로 변신한 박 부회장은 지난 3년간 밤낮은 물론 주말까지 반납하며 일에 몰두해 왔다.
기존 휴대폰 시장 전략도 전면 재수정해 뮤직폰, 메시징폰 등 특화된 모델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스타급을 내세우진 않았지만 감각적이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차별화된 CF광고로 제품을 알리기에도 효과적인 결과를 얻었다.
북미와 일본, 중남미에 주력한 수출 역시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며 팬택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2009년 8월 퀄컴과 출자전환 계약체결 성공에 이어 작년엔 팬택과 팬택앤큐리텔 합병으로 차례차례 조직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팬택은 올 1분기까지 연속 11분기 흑자행진을 기록했다. 지난 3월 1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박 회장에게 전체 발행주식의 10% 규모인 총 1억6천400만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이는 기업 회생에 집중한 CEO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준다는 믿음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박 부회장은 작년 한 간담회에서 “한 때 자살까지 생각할 만큼 힘들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무너진 자존심에 연연하기에는 소액주주들에 대한 미안함과 팬택의 저력을 증명하고 싶다는 가슴 속 강렬함이 더 컸다.
◆ 구성원들에 ‘창의적 변화’ 강조
최근 박 부회장은 회사 임직원들에게 "애플의 ‘아이폰’과 3D영화 '아바타'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고 묻곤 한다. 박 부회장은 이 질문을 통해 ‘창의성’과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 부회장은 ‘아이폰의 돌풍’은 새로운 기술이 아닌 기존의 첨단기술들을 창조적으로 조합시킨 결과에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얼마나 차별화된 창의성을 갖고 제품 연구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아이폰과의 경쟁에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박 부회장은 “아이폰, 아바타와 같은 제품과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생각만으로는 그들의 뒤만 쫓게 될 뿐 절대 넘어설 수 없다”며 모든 조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이란 기간 동안 기존의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변화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팬택은 회장 자리가 공석이다. 박 부회장이 여전히 회장 직함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팬택 측 한 관계자는 “가끔 외부에서 그런 질문을 받으실 때면 ‘회장, 부회장 등의 직함에 대해 논한 단계가 아니다’라고 답하신다. 지금은 오로지 회사 정상화에 집중할 때라는 의미로 안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박 부회장은 팬택의 정상화 기준에 대해 ‘증시 재상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팬택의 정상화 이후 푹 쉬고 싶다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박 부회장은 오늘도 새벽 5시 30분에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