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를 준 제약사와 받은 의사.약사도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 관련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는 쌍벌제가 의사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 불똥은 곧장 제약업계로 튀고 있다. 의사들이 쌍벌제 도입에 반발해 국내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제네릭(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카피약) 대신,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약품으로 처방목록을 재정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매출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주는 자와 받는 자를 모두 처벌하는'리베이트 쌍벌제'가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매출에 지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국회 본회의 통과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을 골자로 한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쌍벌제 법안은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금품, 향응 등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징금 없이 1년 이내의 자격정지에 처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취득한 경제적 이득 등은 몰수하며, 이를 몰수할 수 없을 때는 상응하는 가액을 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법안은 의무이행 주체로 '의·약사,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 종사자'와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수입자 및 의약품 도매상' 등 리베이트를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를 포함해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견본품 제공,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등의 행위는 복지부령이 정하는 범위의 한도에서 허용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행토록 규정하고 있어, 국회 통과 후 공포 시점까지 고려할 때 오는 11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 국내 제약사 '울고' 다국적 제약사 '웃고'
리베이트 쌍벌제 통과 이후 일부 의사들은 특정 제약사를 거론하면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한 의사 커뮤니티에는 A제약, H제약, D제약, D제약등 '의료 4적을 조심해라'는 내용의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는 것. 일부 의사들은 해당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을 지지했다며 이들 업체의 약을 처방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들이 무성하다. 일부 의사들은 이들 제약사의 영업사원을 출입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불매운동까지 펼쳐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의료계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부터 '오리지널 처방운동'을 벌여야 한다면서 의사들이 제약사에 불이익을 줄 것을 독려해왔다. 심지어 경상남도 김해시의사회가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진료실 출입금지령을 내렸다. 김해시의사회는 김해, 부산 등에 소재한 제약사에 '리베이트쌍벌제와 관련된 결정안'이라는 제목으로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아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국내 상위제약사들의 매출타격이 예상된다. 동아제약의 올 1분기 매출액은 2천1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5% 성장했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은 각각 1천637억원(4.6%↑)과 1천502억원(0.6%↑)으로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특히 한미약품은 영업 이익이 전년 대비 78%나 축소됐다.
의료계에서 제네릭 사용을 중단할 경우 상위권 제약사의 실적 부진은 당분간 심화될 보인다. 반면 오리지널 의약품을 다수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가 반사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이미 리베이트 약가연동제가 시행된 지난해 8월 이후 상위 제약사의 시장 지배력은 점차 악화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쌍벌제로 인해 이같은 현상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증권가에서도 "쌍벌제 통과 이후 상당수 의사들이 오리지널 약물로 처방 변경을 고려하고 있어 향후에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는 별개로 보건당국이 리베이트 단속을 강화하며 제약사들의 목을 옥죄고 있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리베이트 혐의를 받고 있는 코오롱제약 169개 품목과 한국파마 50개 품목에 대해 1개월의 판매중지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또 국세청이 지난 2월부터 대웅제약, 제일약품 등 총 30개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5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 "의사가 범죄자냐!" 의사단체 강력반발
한편, 쌍벌제 도입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협회는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으로 그동안 '존경과 신망을 받는 직업'이라는 일말의 그지와 자부심마저 꺾였다"며 "리베이트 쌍벌제는 '의사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치부하는 법"이라고 분노했다.
의사협회는 그동안 리베이트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의약분업의 폐단이나 불합리한 약가결정 구조에 대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정부가 의약품 처방과 무과한 약사의 백마진을 합법화하면서도 쌍벌제를 통과시킨 것은 오로지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의사들은 지난해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라는 국가적인 방역 위기를 맞아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고 국민을 위해 적극 협력했음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는 리베이트 쌍벌제 추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사협회는 더 이상 보건복지부를 신뢰하지 않고, 악법 추진을 계속 한다면 장관 불신임 운동은 물론 앞으로 정부의 어떠한 정책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무엇보다도 리베이트 쌍벌제를 강행해 약제비 문제를 의료계에 전가한다면 부득이하게도 오리지널 의약품 위주로 처방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