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국제결혼을 하기 위해 중개업체를 통해 필리핀을 방문했던 한 남성이 현지에서 인신매매범으로 몰려 체포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남성은 중개업체의 잘못으로 원치 않는 여성과 결혼했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는 본인이 원해서 결혼을 한 것이라며 오히려 위약금을 추가로 내야 결혼을 취소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강원 원주시 명륜동에 사는 김모(남.49세) 씨는 올해 3월 국제결혼 중개업체 'N사'와 계약을 맺고 맞선비용(계약금, 항공료 등)으로 970만원을 지불했다.
당시 상담매니저는 9박10일 일정으로 약 12명이 국내 직원과 함께 출국한다고 설명했다. 또 필리핀 여성 20여명과 미팅을 할 수 있고, 이들에 대한 회원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는 출발당일부터 동행인 없이 홀로 출국하는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 도착해 이틀에 걸쳐 4명의 여성을 만났으나 갑자기 들이닥친 현지 국가범죄수사국(NBI)에 의해 미성년자 인신매매범으로 체포됐다고 한다. 김 씨가 만난 여성 중의 한 명이 14살 소녀였다는 것.
현지 지사장은 그 여성에게 합의금으로 30만 페소를 지불한 후 김 씨를 빼냈다. 김 씨는 기가 막혔지만 업체 측이 잘못을 인정하고 여성소개에 신경을 쓰겠다는 말을 믿고 지켜보기로 했다. 김 씨는 이후 다른 여성을 소개받고, 혼인을 진행했다가 취소해 위약금(130만원+추가비용 50만원)을 지불하는 우여곡절 끝에 최종적으로 한 여성과 함께 영사관에 혼인서류를 제출했다.
김 씨는 현지 숙소에서 약식 결혼식을 올리고 이틀을 보낸 뒤 필리핀 여성과 함께 귀국하려 했으나 현지 지사장이 막는 바람에 홀로 돌아왔다.
김 씨는 귀국후 업체에 결혼취소와 함께 다른 여성을 소개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 씨는 "업체가 약속과 달리 20명이 아닌 8명만 소개하고 심지어 성생활이 문란한 여성을 소개해 결혼하도록 한 잘못이 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N업체 관계자는 "필리핀 경찰이 회원여성으로 위장해 증거를 잡은 후 현장을 덮치면서 불미스런 일이 생겼는데 현지 지사장이 합의금을 모두 물고 김씨에게 사과했다"며 "여성을 더 만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 김 씨 본인이 원해서 결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업체 측은 이미 결혼이 성사돼 합방을 했기 때문에 김 씨가 결혼을 취소할 경우 해당여성에게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며 여성을 다시 소개 받으려면 항공비 등 실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제결혼 증가로 국제결혼중개 전문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인신매매성 미팅 주선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감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국제결혼은 3만3300건. 결혼중개업체 등록현황은 2008년 922개, 2009년에 1215개, 2010년에 1253개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8년 국제결혼 중개업을 등록제로 전환해 관리하고 있으나 이른바 돈을 주고 외국인 신부를 사는 '신부쇼핑' 등의 불법행위가 계속되면서 국가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조짐마져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