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지만 괜찮아’하면 떠오르는 게 정지훈과 임수정 주연의 영화다. 최근 또 하나 떠오르는 게 개그콘서트의 코너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다. 변기수, 정명훈, 이승윤, 류근지 네 남자가 이끌어 나가는 이 코너는 한마디로 빵 터진다. 완벽할 것 같은 로봇의 어리숙한 행동이 웃음을 자아낸다. 한여름 태양만큼이나 개그에 대한 강한 열정을 가진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의 개그맨 이승윤과 류근지를 만났다.
- 개그를 사랑한 두 청년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알통 28호 이승윤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넙죽 인사한다. 거리낌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나 보다. 그에 비해 약간 수줍은 듯한 류근지다. 대학 재학 당시 학교 명물로 알려져 텔레비전 출연이 잦았다는 개그맨 이승윤은 그 끼를 주체할 수 없어 개그맨이 됐다.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다 제 안에의 끼를 발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끼를 표출하고자 대학로 극장을 찾았고, 공연하면서 많이 보고 배웠죠.” 극장에서 공연하던 그때, 개그콘서트를 좋아해 이왕이면 개그콘서트 무대에 서고 싶던 개그맨 이승윤은 지금 현재 그 무대에서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개그맨을 꿈꿨던 류근지는 중학교 때부터 콩트를 짜 연습을 할 정도로 개그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어릴 적 이경규 선배님의 ‘별들에게 물어봐’를 보고 나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개그맨이 되고 싶어 그 길로 서울로 왔어요.” 너무나도 개그맨이 되고 싶던 류근지는 가출을 감행해 대학로 극장에 들어갔다. 류근지와 이승윤의 인연은 극장에서 시작된다. 그 당시 극장에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슈바이변으로 활동하고 있는 변기수도 있었다.
- 어렵지만 놓을 수 없는 개그
대학로 극장에서 6년 동안 매주 만났다는 이승윤과 류근지는 함께 꿈을 키우며 동고동락했단다. 당시 이승윤은 변기수와 ‘나중에 개그맨이 되면 꼭 같이 코너 하자’고 약속했고, 또 이승윤은 개그맨이 되고 난 후 류근지에게 “네가 개그맨이 돼서 같이 코너 하자”고 했다. 이승윤은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로 변기수, 류근지와의 약속을 모두 지킨 셈이다. 개그맨이 되고 싶던 두 청년은 자신이 꿈꾸던 무대에서 개그맨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그맨이 되겠다던 꿈을 이뤘지만 그들은 여전히 꿈고프다. 개그맨 이승윤은 개그맨이란 웃겨야 하고 또 웃겨야 산다고 말한다. “개그맨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람을 웃기는 일이에요. 전 몸을 이용해 사람을 웃겨요. 어떤 이는 제가 슬랩스틱만을 고집한다지만 사실 몸은 하나의 요소에 불과해요. 전 몸과 더불어 어눌한 표정과 상황으로 웃음을 만든답니다. 근데 뭐 제 이름보다 몸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긴 하더라고요”라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아직 개그가 어렵다는 류근지는 조심스레 입을 뗀다. “저에게 있어 개그는 ‘수분’과도 같아요. 개그를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으면 갈증이 나요. 또 어릴 때 꿈이 개그맨이었고, 지금 그 꿈을 이뤘잖아요. 그런데 개그에 대한 갈증은 끝이 없어요. 저에게 개그는 아직 어렵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고 개그맨으로서 제 이름 석 자도 알리고 싶어요.” 개그맨 류근지에게 있어 개그는 그를 목마르게 하기도 또 때로는 그 갈증을 없애기도 한다.
- 같지만 다른 길을 모색하다
개그맨으로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둘은 과연 어떤 개그맨이 되고 싶을까? 먼저 이승윤은 자신만의 개그를 선보이겠단다. “전 제가 근육개그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해요. 12주 동안 ‘헬스보이’라는 코너를 하면서 살을 뺐어요. 그래서 근육개그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근육개그처럼 저만이 할 수 있는 또 저여야만 재밌는 개그를 만들고 싶어요. 누군가를 쫓아가기보다는 제가 아니면 안 되는 이승윤 표 개그를 하고 싶어요.”
아직 더 자라야 하는 꿈나무와도 같은 존재라는 류근지는 열심히해서 개그콘서트내에서 인지도를 쌓고 싶다고. “우선은 개그콘서트에서 열심히 하는 게 저의 목표에요. 그리고 전 뭔가를 이끌어나가는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 연기보다는 진행 쪽을 맡고 싶고, 말로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코너를 진행하고 싶어요.” 개그맨이라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룬 두 개그맨 이승윤, 류근지. 그들은 함께 개그를 하며 비슷하지만 다른 꿈을 품고,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었다. 자신의 강점을 살리겠다던 둘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글_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사진_강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