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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구청 위생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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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구청 위생과장이다'???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7.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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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리서치=최현숙 소장]모처럼 지인들과 장안에서 유명한 00면옥을 찾았다. 평양 물냉면이 워낙 유명해서 여름철이면 장사진을 치는 곳이다.

 

맛있고 없고 간에 사람 북적이는 곳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성격이다보니 유명세에도 직접 가볼 기회는 없던 곳이었다.

 

유명맛집이 그렇듯 꼬불꼬불한 좁은 골목길을 따라 허름한 식당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그 더운 여름 통로를 꽉채우고 줄이 문밖 골목까지 이어져 있다.

 

지인이 예약을 해놓아 줄 서는 수고는 덜었지만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통로에 서서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들 때문에 밥을 먹어도 마음이 편치 않다. 빨리 먹고 일어나야 할 것 같은 조급증이 짓누른다

 

손님이 워낙 많다보니 서비스도 그야말로 엉망. 그 넓은 홀안에 서빙하는 아주머니가 달랑 1사람뿐이다. 필요한 청이 있어 불러도 얼굴도 돌리지 않는다. 건성 “예”하면 그 뿐이다. 부르는 사람이 우리뿐이 아니어서 여기저기 치다꺼리 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을 보면 뭐라 불평하기도 어렵다.

 

결국 이러저러 주문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직감하고 필요한 일이 있을때는 부엌쪽 통로에 앉은 사람이 달려가 물컵이며 김치를 직접 가져왔다. 카운터에 앉은 주인은 그런일이 일상인 듯 그저 무심하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유명맛집이면 뭐하랴, 이런 푸대접이라니.. 우리를 그 집으로 초대한 지인이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며 미안해하는 통에 대놓고 불평도 못하고 그저 자리를 빨리 뜨기 위해 부지런히 젓가락만 놀렸다.

 

그 와중에 정말 가관은 그 집 부엌쪽 벽면에 큼지막하게 떡하니 붙어 있는 나무 현판. ‘손님은 왕이다’라고 정말 대문짝만하게 돋을체의 검은 글씨로 새겨져 있다.

 

일행들이 한마디씩 주고 받는다.

 

“이렇게 손님 개무시 할 거면 저런 현판이라도 붙여 놓지 말던지..”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라서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이 의미가 없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손님은 대통령이다’이렇게 바꿔야겠네”

 

“아니, ‘손님은 구청 위생과장이다’이게 더 약발이 셀 거 같은데”

 

그렇게 우리 일행은 냉면집에서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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