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선임 과정에서의 '관치금융' 논란과 노조의 취임 반대 운동 등으로 어수선해진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경영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조직원들과의 대화가 최선이라는 판단에 따라서다.
어 회장은 최근 국민은행 노조사무실 방문, 차기은행장 선출 관련 직원 설문조사 실시 등 직원들과의 직접화법을 통해 '통합리더십'을 강조하고 조직화합을 다져나가고 있다.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자세를 낮추고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어윤대식 소통법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 회장은 지난 19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어 회장이 명동에 있는 KB지주 건물이 아닌 국민은행에서 둥지를 튼 것은 은행정상화가 곧 그룹의 생존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올해 1분기 기준 5천727억원, 이중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5천203억원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2009년 4분기에 대규모의 일회성 충당금 적립 등으로 178억원(전분기대비 2천134억원 감소)이라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2분기 실적 역시 1분기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룹 수익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은행이 저조한 실적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 회장이 국민은행이 있는 ‘여의도행’을 택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또한 금융CEO 경험이 없는 어 회장이 은행실무를 직접 익혀나가는 한편, 차기 행장 선출 뒤 본격적인 체질개선 작업을 하기 위한 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어 회장은 내정 직후 집무실을 여의도 본점으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혀왔고 국민은행 경영협의회에 참석해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 공유하고 현안을 직접 챙기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또한 KB산악회 등 사내 직원들과 주말산행을 계획하는 친화적인 행보로 지속적인 소통경영을 펼칠 예정이다.
어 회장, 소통경영으로 위기 정면 돌파
지난 13일 KB금융 대표이사로 취임한 어 회장은 "KB금융은 비만증을 앓는 환자의 모습"이라는 냉철한 평가와 함께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적으로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KB금융의 체질이 강화될 때까지 인수합병(M&A)는 안할 것"이라며 "노조와 KB를 발전시키는 방향에서 전략적으로 의견을 반영하고 직원들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직혁신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어 회장은 이날 국민은행 노조사무실을 예고없이 깜짝 방문했다. 임원 몇 명만 대동한 채 노조 측과 2시간 가량 대화를 나눈 어 회장은 당분간 은행 M&A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15일에도 유강현 노조위원장 등과 1시간에 걸친 회담을 갖고 향후 노조와의 관계 정립과 어 회장이 신설한 KB금융 그룹변화혁신 테스크포스(TF)에 노조가 참여키로 했다.
어 회장은 내정 직후부터 우리금융과의 M&A 반대, KB금융 선임에 정권 실세 개입 논란 등으로 국민은행 노조와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노조 측은 16일 법원에 어 회장의 '대표이사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어 회장과 두차례 면담을 가진 후 19일 소송을 취하했다.
KB국민은행지부 곽노은 국장은 "어 회장의 약속을 믿고 소송을 철회했다"며 "1년간 경영공백 등으로 경영정상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만큼 이에 공감을 하고 서로 협력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차기 행장인선과 관련해 '내부중용’을 강조해 왔던 어 회장은 지난 14일 내부검토를 통해 선정한 국민은행 직원(부점장급) 1천300여명에게 '은행장 적임자를 묻는 의견서'를 발송했다. 직원들로부터 행장후보 12명에 대한 의견서를 우편으로 받아 득표순으로 상위 3명을 압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 CEO가 은행장 인선에 직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에서는 '획기적인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기 행장 인선, 인사개입 의혹 변수
하지만 이러한 어윤대식 소통방식에 대해 비판도 만만치 않다.
차기 행장을 뽑는 일을 직원들의 인기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직원들의 환심을 사기위한 '포퓰리즘'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어 회장은 20일 국민은행 경영협의회에서 직원설문조사 결과 상위 3위에 포함된 후보들을 대상을 면접을 진행, 차기 행장을 선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득표율이 아닌 경영능력과 전문성을 중점에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KB금융 관계자는 "어 회장이 '소통경영'의 일환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코자 한 것"이라며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를 내정하면 다음주 쯤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단독 행장 후보를 선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KB금융 회장과 사장, 사외이사 2명 등 4명으로 구성된 대추위에서 행장 후보를 승인 후 국민은행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등재되면 차기행장으로 선임된다.
이 관계자는 "현재 몇몇 후보가 거론되고 있지만 최종 공시가 되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밝힐 수 없다"고 일축했다. 사전에 행장후보가 노출될 경우 계파갈등과 조직분열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을 내세운 어 회장의 진심이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차기 행장 인선 결과와 민주당 등 현 정치권에서 청와대의 KB금융 인선개입 과정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부분도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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