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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회장님이 납품 끊으라고 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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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회장님이 납품 끊으라고 한대요"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7.2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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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 문제가 요즘의 폭염만큼이나 산업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언론들이 앞다투어 대기업의 그늘에서 피눈물 흘리는 중소기업의 실태를 집중 르뽀하고 있다.

집권 이후 ‘친기업’ 정책을 표방해온 이명박 대통령마저 직접 나서 중소기업 위주로 산업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계부처들이 초고강도 중소기업 대책마련에 착수했다는 전언도 들린다. 널리 알려진대로 대기업의 전형적인 중소기업 횡포는 납품단가 후려치기다.

물가는 오르는데 납품 단가는 매년 깎인다. 가격 가이드라인을 맞추지 못하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만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횡포중 또 하나는 예고없는 납품 계약 해지다. 가격을 맞추지 못할 경우 내년을 장담할 수없지만 사소한 실수나 사회적 물의로 인한 계약해지는 당장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지난달 울며져자먹기로 기사를 써준 기억이 새롭다.

지난 6월 7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부설 연구소에서는 성수기를 맞은 유명브랜드 5개사 18개 포장 냉면을 수거해 나트륨 함량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4개사 15개 제품의 나트룸 함량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하는 하루 기준치(2000mg)을 훌쩍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4천만 국민이 즐겨 먹는 기호식품인데다 성수기를 맞아 날개 돋힌 듯 팔리는 점을 감안해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여러 언론에 조사 결과가 보도된 후 한 대기업 납품업체 관계자 2명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들은 “이번 언론보도로 납품이 끊기게 됐다. 모기업 회장이 당장 납품을 중단시키라고 했다고 한다. 중소 협력업체 목숨이 하루살이 수준인 거 아시지 않느냐? 컨슈머리서치가 이런 상황을 감안해 주었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유탄이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날아왔다. 그 사태의 모든 책임을 중소기업이 지고 나자빠지게 된 상황이 짐작이 갔다.

이같은 일이 어디 이회사 뿐이랴? 중소기업의 아슬아슬한 살얼음 납품 구조를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다음날 어쩔수없이 냉면업체들이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있다는 내용의 속보를 날릴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현숙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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