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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돈 없이는 영업 못하나?"..대형 제약사들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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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돈 없이는 영업 못하나?"..대형 제약사들 '휘청'
유한양행.한미약품.대웅제약 등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 '울상'
  • 정기수 기자 guyer73@csnews.co.kr
  • 승인 2010.07.28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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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기수 기자] 국내 처방약 시장에서 대형 제약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제약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리베이트 쌍벌죄'와 같은 강력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된 탓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의사들이 국내 제약사에 '괘씸죄'를 적용해 국산약을 처방하지 않고 있다고 볼맨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이 뒷돈에 의지하는 전근대적인 마케팅에 오랫동안 길이 든 나머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체질개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질책도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리베이트 근절법을 시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리베이트 비리가 적발되는 등 제약사들의 구태가 여전한 것으로 지적된다. 


국내 대형 제약사 처방약 매출 '된서리'





 



<표1. 주요 국내제약사 6월 원외처방 매출 증감율(자료:유비케어 UBIST, 신한금융투자)>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주요 상위 제약사들은 처방약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제약업체의 올 2분기 원외처방 조제액은 2조 28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4% 성장하는데 그쳤다.

통상 두 자릿수 성장률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6월 원외처방 조제액은 전년 동월대비 2.8% 증가한 7662억원을 기록했다.

리베이트-약가 연동제가 시작된 지난해 8월 이후 매출 감소세를 보여온 동아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의 평균 점유율은 전년 동월대비 -3.5%로 역신장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한국화이자, 한국GSK,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등 외국계 상위 10대 제약사 평균 성장률은 4.6%로 성장하며 정책 수혜 효과를 보고 있다.

 <표2. 제약사 6월 원외처방조제액 증감율(자료:유비케어 UBIST, 신한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으로 다국적 제약사가 보유한 오리지널 약물 선호도가 높아지고 중소 제약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들 기업의 매출은 늘어난 반면, 리베이트 규제 강화로 국내 상위권 제약사의 영업이 크게 위축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리베이트 쌍벌제 국회 통과 이후 오리지널로 처방 변경한 사례가 많아지고, 리베이트 근절법 이후 국내제약사들의 영업까지 위축되면서 다국적제약사들이 어부지리로 정책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제약사 관계자는 “그동안 뿌리 깊은 리베이트 관행으로 인해 시장보호 속에서 안이하게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했을 뿐, 신약 개발을 위한 R&D에는 소홀했던 국내 제약사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종근당은 처방약 시장에서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리베이트 근절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꾸준히 유지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 6월 종근당의 원외처방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1% 성장해 국내 제약사 중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인 고혈압치료제 '딜라트렌'이 특허 만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매출증가를 기록하고 있는데다가 살로탄(코자제네릭), 리피로우(리피토제네릭) 등의 신규매출 확대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리베이트 관행 여전..회식비 '카드깡'도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주로 제네릭을 기반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품에 대한 정보 전달보다는 처방권자인 의사의 비위를 맞춰온 것이 사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관계는 연구개발(R&D) 비용 감소로 인한 국내 제약산업 전체에 대한  궁극적인 불신과 기술력 하락을 가져왔다.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근절책에도 불구하고 국내제약사들의 상식 수준을 넘어서는 리베이트 사례가 계속해서 적발될 정도로 국내 제약사들은 '뒷돈' 거래에 깊이 젖어 있는 실정이다.

한 국내제약사의 영업사원 A씨는 “일부 제약사의 경우 과장급 교수에게 신용카드를 대여, 해당 진료과 회식 등에 사용토록 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는 진료과 의료진과 간호사 등에게 제약사 지원이 아닌 자체 회식 형태의 자리를 마련해 줌으로써 과장급 교수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약사마다 누구에게 무슨 명목으로 어느 정도의 금액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계획서까지 작성, 치밀하게 리베이트를 제공해 왔었다”고 토로했다.

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제약회사는 영업에 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반면 영업사원에게는 종전의 매출을 유지토록 압박해, 불법 리베이트 제공을 은연중에 부추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제약사 영원사원 B씨는 “회사에서는 계속 매출을 유지하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출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지원은 줄었는데 기존과 같이 영업을 하려 하다 보니 최악의 경우 개인적인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리베이트 비리는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최근 광주지검은 전남대병원과 전북대병원, 조선대병원, 광주기독병원 등의 의사 10명을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제약회사들은 기소된 의사들에게 PMS(시판 후 임상조사) 비용, 자문료, 강연료, 논문번역료, 학회참가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들은 PMS를 직접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무슨 약물을 썼는지도 적혀 있지 않았는데도 리스트 1장당 제약사로부터 5~10만원을 받았다.

심지어 일부 간부급 의사는 실제 회식도 하지 않으면서 제약회사 직원이 먼저 결제한 회식비를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카드깡’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중심의 생산구조가 정착된 우리나라 제약 시장은 신약 개발보다는 ‘영업경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어 리베이트가 성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제약산업 체질개선에 나선 정부의 강도 높은 리베이트 근절책이 지속되고 있는 이상, 국내 제약사들이 그동안의 뿌리 깊은 리베이트 관행에서 벗어나 R&D에 적극 투자해 전문화되고 특성화된 품목으로 의사들에게 어필하지 않으면 생존전략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 ‘글쎄’..정책 압박, 영업환경 악화

제약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에도 올 상반기와 같은 처방 실적 흐름이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팽배하고 있다.

상반기에도 영업 사원 출입금지조치 시행 등으로 영업 환경이 좋지는 않았지만, 하반기에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 고혈압약 기등재약 평가 등 제약사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정책의 시행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

국내제약사 영업부서 관계자는 “사실상 비슷한 약을 가지고 영업을 하려면 리베이트밖에 없다. 일선 영업사원들에게 재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부 정책까지 제약사를 압박해 난감한 상황이며, 사실상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증권사 관계자들도 “하반기 일반 의약품 급여 타당성 평가, 고혈압 치료제 기등재 목록 정비 등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하며, 저성장 국면을 타개할 동력도 약하다”고 밝히고 있어 상위제약사의 정체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들 역시 “쌍벌제와 시장형실거래가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올 가을 이후부터 국내사들의 영업위축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부는 계속해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다양한 제도들을 쏟아낼 것이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새로운 리베이트 수단을 찾는 데 고심하기보다는 정부의 강도 높은 리베이트 근절대책을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아, 절감된 판촉비를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해 매출대비 R&D 투자 비율을 선진 제약사 수준으로 끌어올릴 장기비전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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