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사는 최 모(여․71세) 씨는 지난 2000년 6월 선경상조회사의 상조상품에 가입했다. 당시 상조회사 직원은 선불로 월 2만원씩 5년만 내면 향후 경조사가 있을 때 돈을 다시 돌려준다며 가입을 권유했다.
최 씨는 큰아들 결혼식 때 쓸 생각으로 동네사람 몇 명과 함께 들었다. 2005년까지 120만원을 모두 납입한 그는 2008년 큰 아들 결혼식이 있어 업체에 만기 환급금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태도를 바꿔 경영상의 문제로 돈을 돌려주기 어렵다고 했다. 확인 결과 이 업체는 대부분의 영업소가 문을 닫는 등 부도위기에 처해 있었다.
최 씨는 "우리같은 노인들을 꼬셔서 가입시켜 놓고 막상 돈을 달라고 하니까 부도가 났다고 돈을 못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장례사업부에서 해약환급금은 줄 수 없고 다만 경조사가 발생하면 돈을 준다고 하는데 언제 부도가 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믿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선경상조 장례사업부 측은 "아는 바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최 씨처럼 선경상조에 서비스이용 요금을 선불로 내왔던 다른 가입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업체 측에 계약해지 및 환급금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이 돈이 없다며 지급을 거부해 애만 태우고 있다.
피해가 속출하자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09년 9월 가입자들의 민원신청을 받아 해지 환급금을 반환하지 않는 선경상조를 상대로 '소비자기본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했다.
소비자원 측에 따르면 선경상조 서비스이용 계약 해지 후 환급금을 받지 못하거나 해지를 요구하는 소비자 1천25명의 신청서를 받아 집단분쟁조정을 개시해 조정이 성립됐지만 업체 측이 이를 거부했다. 당시 업체 사장 등 회사임원들은 사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현재 업체는 폐업 상태로 실질적으로 부도처리된 상태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부산사무팀 정동영 부장은 "업체 사장은 재산이 없다며 가입자들에게 해지환급금을 돌려주지 않다가 사기죄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며 "업체는 거의 부도처리 됐고 소비자들이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법적으로 압류할 수 있는 게 없어 현재로선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실․악덕 상조업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사례가 증가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3월 고객 선수금의 절반(50%)을 은행 등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표,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상조업 등록제, 고객불입금 예치·보전제 신설, 청약철회·계약해지시 대금환급 의무화 등을 도입함에 따라 향후 신규 상조가입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됐지만 부실 중․소형 상조업체들이 법망을 피해 고의 부도를 내고 도망갈 경우 기존의 상조가입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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