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평은 눈을 감았다. 아무리 간암으로 투병중인 아버지의 수술비가 필요해 후배 원징의 수년에 걸친 호스트 바 출입 간청을 수락했으나 남자로서의 자존심은 상했던 것이다. 물론 백면 서생인 그에게는 웬만한 임금 생활자들의 보름치 급료에 해당할 2만위안을 다른 방법을 통해 벌 재간은 달리 없었다.
착잡하다는 점에서는 원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상한 아주머니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마지 못해 엉뚱한 제안을 한 자신의 제안을 수락한 선배가 갑자기 지조(?)를 버리기로 작정한 것이 못내 고맙기는 했으나 속이 좋을 까닭은 없었다.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의 특산 요리 오리구이집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호스트 바 톈야의 최고 VIP 밀실은 호화를 극한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았다.
시야가 어둡기는 했으나 실내 곳곳의 화려한 장식들이 이곳이 결코 간단치 않은 곳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일깨워주고 있었다.
더구나 벽면 곳곳에는 진짜일 가능성이 거의 없기는 했어도 반 고흐를 비롯한 서양의 대가들과 대작 우공이산(愚公移山)으로 유명한 중국 당대 최고의 화가인 서비홍(徐悲鴻)의 그림들이 보이고 있었다. 우아한 격조를 한껏 고조시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방 도처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술이 거나하게 이미 돈 것처럼 보이는 방 안의 분위기는 우아한 격조와는 완전히 달랐다.
ㄷ자형의 방에 정확하게 2명씩, 총 6명의 3-40대 귀부인들이 비스듬히 앉은 채로 새파랗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닌 바로 옆의 젊은 남자 파트너들을 무슨 철천지 원수라도 되는 양 못 살게 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일부는 남자 파트너의 바지를 아예 걷어 치워내 버리고 은밀한 부분을 중심으로 짓궂은 손장난들을 하고 있었다. 남자들이 출입하는 타이베이의 일반 유흥업소들의 질탕한 모습들에 비해 결코 뒤진다고 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광평은 눈을 어디에다 둘지 난감했다. 그로서는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상황이니 그럴만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40대 후반은 돼 보이는 옆의 파트너가 비교적 점잖아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주위의 시선은 완전히 외면한채 파트너들과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이미 본격적 방사에 들어간 바로 옆 두 여자들과는 달리 광평에게 최대한 예우를 해주고 있었다. 그저 광평의 사타구니 안쪽에 손을 넣은 그대로 그의 허벅지를 슬슬 문지르기만 할 뿐이었다.
주석의 중간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나 지긋한 나이로 볼때 타이베이 시내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여자들의 리더인 듯 했다.
광평은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한번 타개해볼 요량으로 여자를 슬며시 쳐다봤다. 남편이 타이베이 시내 유수의 기업 회장이라고만 자신을 소개한 여자였다.
그래서일까, 여자의 얼굴에서는 금전적 여유가 없는 여자에게서는 좀체 보기 어려운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전체적 얼굴 윤곽도 과거에는 대단히 미인이었을 것이라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만약 호스트 바가 아니라 밖에서 만났더라면 광평이 먼저 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절망감과 은근한 기대가 뒤엉키는 복잡한 심정을 해소하기 위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자가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그의 넓직한 가슴에 얼굴을 묻어오고 있었다. 향수의 상큼한 냄새가 그의 코를 바로 파고들었다. 광평은 허리 아래가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기 몇 살이지?"
여자가 나이답지 않게 은근한 코먹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이가 무색한 미끈한 자신의 두 다리를 광평의 사타구니쪽을 향해 걸치면서였다. 아무래도 방 안의 분위기는 맞춰야겠다고 생각하는 눈치가 보이고 있었다.
광평은 순간 흠칫했으나 마음을 고쳐먹었다. 원징이 사전 교육을 해주면서 호스트 바에서는 다른 것은 몰라도 고객에게 소극적인 것만큼은 용서되지 않는다고 한 말이 기억났던 것이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여자의 두 다리를 살짝 들었다. 여자 역시 기다렸다는 듯 두 다리를 벌렸다. 광평의 눈에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여자의 은밀한 부분이 보이고 있었다. 그는 원징의 말을 되새기면서 왼 손을 여자의 둔부 밑에 오른 손을 반대편 쪽으로 옮겨갔다.
놀랍게도 여자의 아래는 심하게 젖어 있었다. 광평은 머리 끝까지 피가 몰리는 것을 느끼지 않으면 안됐다. 얼굴도 화끈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