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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사장님! 유럽담배 경고 좀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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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사장님! 유럽담배 경고 좀 읽어보세요
'깨알'문구…국회와 정부는 '담배 매출 걱정'(?), KT&G "법대로"
  • 유태현 기자 yuthth@consumernews.co.kr
  • 승인 2007.01.30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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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연자들의 폐암 발병.사망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이후 승소한 KT&G의 ‘책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KT&G의 담배갑 경고문구 표시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담배제조회사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과 의무인 경고문구 표시 내용과 글자 크기가 유럽등 다른 나라와 견줘 볼 때 있으나 마나 할 정도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25일 국내 최초의 담배소송에 대한 1차 선고에서 법원은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역학적인 관계는 인정되지만 제품에 결함이 있다거나 사망자들의 흡연이 니코틴 때문이라는 주장을 입증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흡연과 폐암 발병사이의 역학적인 관계’는 인정했다. 이같은 역학적인 관계는 이미 세계 의학계에서는 공인된 것이다. 따라서 각 나라 정부는 담배회사에게 무시무시할 정도의 경고 문구 부착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만 담배회사에 ‘큰 시혜’를 베풀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Smoking kills.' '흡연이 사람 죽입니다' 또는 '흡연이 살인을 합니다'란 말이다.

지난해 11월 유럽 취재 때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면세점에 화려하게 진열돼 있는 ‘말보로’ 담배 제품에 붙어 있는 이런 문구를 보고 놀랐다. 읽기만 해도 섬뜩했다. 담배를 끊은지 10년 된 기자도 등골이 오싹했다.

모든 브랜드 상품에 예외 없이 경고 문구가 붙어 있다. 그리고 그 경고 문구는 담배 이름보다 더 크게 인쇄돼 있다. 쾰른, 뒤셀도르프 등 다른 독일 지역을 돌며 담뱃가게 진열대를 유심히 살펴봤다. 예외 없이 섬뜩한 문구들이 붙어 있다.

독일 취재 후 체코 프라하로 이동했다. 그 곳의 담배 경고 강도도 마찬가지였다. 국산 담배에 붙어 있는 경고와는 비교가 안 됐다. 경고 강도뿐 아니라 글자 크기도 너무 달랐다.

한국의 ‘디스 플러스’에는 '경고:건강을 해치는 담배 그래도 피우겠습니까?'라고 인쇄돼 있다. '흡연이 살인을 한다'는 내용에 비하면 경고라고도 할 수 없다. 글자 크기도 깨알 만하다.

국산 담배를 제조ㆍ판매하는 KT&G 사장과 임직원들 가운데 이같은 차이를 아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매출이 떨어질까봐 경고 내용과 강도를 축소했을까?

국내에 시판중인 외국산 담배를 아무리 살펴봐도 똑같은 유럽 제품과 유사한 경고가 붙어 있는 제품은 없다. 한국 정부는 KT&G 뿐 아니라 외국 담배 메이저들의 담배 판촉을 간접적으로 도와 주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정청등 행정부와 담배 판촉 규제 관련 입법 책임이 있는 국회까지 국민의 건강 보다 담배회사의 매출을 더 걱정한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KT&G 홍보실 관계자는 29일 "담배 경고문구 내용과 글자 크기는 담배사업법에 명시돼 있다'며 "우리는 법대로 할 뿐"이라며 책임을 관련 부처와 국회로 떠넘겼다.

법원까지 KT&G의 손을 들어 줬으니 이젠 입법.행정.사법부가 모두 담배회사에게 유리한 정책.사법결정을 해 준 셈이다.

행법상 담배 제품 자체를 광고하는 불법이다. KT&G는 이미지 광고를 통한 판촉을 전개해 왔다. 농구단 운영에 돈을 퍼붓고 있는 것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판촉 전략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래의 고객인 청소년들을 일찌감치 중독시켜 놓아야 매출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물론 KT&G가 모든 폐암 환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그러나 책임이 전혀 없다는 논리에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직 2심과 3심 재판이 남아 있다.
2심과 3심이전에 행정부와 입법부는 담배회사들의 허울 뿐인 경고문구 부착과 판촉활동을 규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담배연기 속에는 약 4000여종의 발암물질과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중 20여종이 A급 발암물질이다.

담배연기는 주류연과 비주류연으로 구분된다. 주류연은 담배를 피울 때 입으로 빨아들이는 성분이다. 비주류연은 담배 끝에서 나오는 연기와 종이를 통해 확산돼 공기중으로 나오는 물질이다. 직접 흡연자는 주류연과 비주류연을 다 마시게 되고, 간접 흡연자는 비주류연을 흡입한다.

대한결핵협회와 한국갤럽연구소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흡연률은 세계 2위, 청소년 흡연률은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1999년말 기준 흡연인구는 1240만명이다. 성인 남녀의 흡연율은 64.9%, 고등학교 3년생의 흡연율은 41.6%로 모두 세계 최고수준이다.

매년 흡연 때문에 걸린 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3만5000명을 웃돌고 있다. 최근 통계는 작성조차 돼 있지 않다. 여성흡연자와 청소년 흡연자 증가가 남성 흡연자 감소를 상쇄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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