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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맛집 탐방]오징어가 돼지위에 자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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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맛집 탐방]오징어가 돼지위에 자빠졌네!!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3.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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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식당

광화문에 위치한 교보문고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점심시간이면 동료와 혹은 혼자서 근처 ‘맛집’을 순회하곤 했다. 일은 고됐지만 이름만 대면 알만한 맛집들로 가득한 피맛골이 ‘엎드리면 코 닿는 거리’에 있어 꽤 행복했다.

“쉬이~ 물렀거라. 대사헌 영감 행차시다.” 조선의 종로는 민중들이 쉽게 오갈 수 없는 번거롭고 자존심 상하는 길이었다. 피맛골이란 이름의 유래는 ‘말을 피해 가는 길’이라는 뜻의 피마(避馬)에서 비롯된 말로 조선시대 신분이 낮은 서민들이 종로를 지나다 말을 탄 고관들을 만나면, 행차가 끝날 때까지 엎드리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나있는 좁은 골목길을 뜻한다.

셋이서 손잡고 지나가기에 버거울 정도로 좁은 길이지만 옹기종기 모인 몇 안 되는 식당들은 매스컴을 통해 소개된 유명한 ‘맛집’들이다.

대낮에도 ‘굴전’을 안주 삼아 한잔 기울이는 어르신들로 가득한 ‘열차집’을 시작으로 깔끔한 ‘삼치구이’가 인상적이었던 ‘대림’ 돼지불고기와 백반으로 유명한 ‘남도식당’ 오징어와 불고기의 환상적인 만남을 보여주는 ‘청진식당’이 특히 유명하다. 게다가 ‘무교동 낙지’로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화려하게 받은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서린낙지’까지.

초입에서 시작되는 골목은 중간에 잘려 30미터도 채 안 되는데 곳곳이 맛집으로 수놓아져 있다. 그 중에서도 오징어와 돼지불고기의 찰떡궁합을 보여주는 청진식당은 자칫 잘못하면 지나치기 쉽다.

좁은 골목에서도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과 양, 가격 3박자를 고루 갖춘 곳이어서 그런지 점심시간이나 퇴근 시간이면 그 좁은 골목에서 줄을 서면서까지 찾는다.

둘이 가면 ‘오징어 하나’ ‘불고기 하나’가 기본이다. 자리에 앉아 ‘불고기’를 익히고 있으면, 주방에서 오징어를 볶아 내온다. 이 둘은 따로 먹어도섞여야 만나야만 제 맛이다.

불판 위의 불고기 와 오징어 볶음이 합쳐지면, 서로의 양념이 절묘하게 섞여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오징어 불고기’가 탄생한다. 이곳의 ‘오징어’와 ‘불고기’는 ‘한예슬’ ‘오지호’만큼이나 ‘환상의 커플’이다. 달달함과 매운맛의 하모니는 익을수록 그 매력이 더해진다.

상추에 싸 먹어도 맛있고 밥에 쓱쓱 비벼 먹어도 맛있다. 특히 마지막 남은 양념에 볶아 먹는 ‘밥’은 별미다.

오징어, 불고기는 각각 5천원씩, 밥을 포함해 5~6가지의 밑반찬 무말랭이, 콩나물국, 김치, 등이 나온다. 둘이서 만원이면 한 끼 식사가 든든하게 해결된다.

소주와도 ‘거침없는 궁합’을 이뤄낸다. 제공되는 밑반찬은 오징어 불고기에 비해 떨어지는 맛이지만 ‘보조역할’로는 적당하다.

‘예사롭지 않은 손맛이구나’ 했더니 이곳 사장 ‘박연래’씨는 전라도 사람이다. 푸짐함과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전라도 특유의 느낌이다. 단일 메뉴로 승부를 본 지도 어언 17년, 매스컴도 많이 탔다. /김미선 기자 lifems@economy21.co.kr

출처:한겨레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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