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잠시 보조교사로 있을 때의 일이다.
주로 만난 3~4세 또래의 아이들은 자신의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심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욕심이 컸다.
이런 아이들의 성향이 가장 여과없이 드러날 때가 간식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줄 때는 절대로 한 접시에 몰아서 주면 안 된다. 치고받고 하는 통에 결국 바닥에 흘리기 일쑤고 그것은 고스란히 선생님들이 치워야 한다.
간식이 많이 남았을 때 먹고 싶다고 달려드는 아이들에게 막 줘서도 안 된다. 마구 먹다 보면 결국 배탈이 나거나 게워내기 일쑤다. 평소에 살핀 아이들의 정량에서 너무 벗어나게 잘 조절해 줘야만 한다.
결국 간식을 개인 접시에 잘 나눠주고 혹시 남더라도 아이들의 필요에 맞게 나눠주는 것이 선생님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SK텔레콤과 KT의 1.8㎓ 대역 주파수 경매가가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24일 이미 8천억원을 돌파했고 마지노선이라는 1조원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경매가가 1조원을 넘어서면 SK텔레콤이나 KT 모두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심각한 경매 후유증을 겪어야만 한다. 과도한 주파수 대금이 결정되면 연초에 세웠던 투자계획 등 전반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눈도 불안에 떨고 있다. 1천원이라는 미세한 수준의 요금인하안을 내놓은 게 불과 얼마 전인데 다시 큰일을 벌여 결국 소비자들에게 그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될 것에 대한 우려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최고가를 적어낸 입찰자가 승리하는 방식으로 입찰 횟수 제한이 없어 한쪽이 포기할 때까지 무한 라운드를 반복하게 되는 '동시오름 입찰방식'으로 경매가 진행되기 때문.
SK텔레콤-KT 중 어느 한 쪽이 포기해야 경매가 끝나지만 각자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데다 이미 호랑이 등에 탄 상태라 그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와 과열 경쟁의 책임을 두 사업자에게 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그렇다면 책임은 결국 누구에게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방통위를 지목하고 있다. "철저한 사전검증 및 시뮬레이션이 없이 경매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경매시작 당시 오남석 방통위 전파기획관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된 것으로 시장경쟁을 통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주파수를 배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대 8천억원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독일의 경우 통신사들이 150라운드에 걸쳐 가격을 써내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24일까지 국내 주파수 경매의 진행 라운드는 61회에 불과했으나 가격은 이미 두 배로 뛰었다.
더이상 사업자들의 '계획' 혹은 '양심'에 맡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 자산인 주파수 낙찰을 통해 '자기 배만 불리고 있다'라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방통위는 경매기간, 혹은 상한선 등의 제한조치를 해야만 한다.
한계 이상의 간식을 먹고 배탈 직전인 통신사, 간식을 놓고 싸우다가 흘린 것을 치워야만 하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방통위는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