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선진적 노사관계의 '비결'은 따로 있다
상태바
선진적 노사관계의 '비결'은 따로 있다
  • 안재성 기자 seilen78@csnews.co.kr
  • 승인 2011.08.30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4일 새벽 현대자동차 노사 임금단체협상이 타결됐다. 기아차 임금협상 타결에 이어 현대차까지 무사히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올해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노사분규 문제가 사라졌다.


현대차는 “현대기아차 모두 노사가 공생하는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이룩해나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런데 ‘선진적 노사관계’란 무엇일까?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대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토론’ ‘노사가 함께 손잡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공생 관계’ 등 그럴 듯한 표현은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밝고 화목한 노사 분위기를 만드는 배경은 회사의 우수한 실적이라고 생각된다.


올해로 현대차는 3년 연속, 기아차는 2년 연속 무분규를 이어갔다. 무분규 기간이 현대차그룹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구가하며 쾌속으로 질주한 기간과 딱 겹치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미국 프로야구(MLB) 선수노조는 232일간의 파업을 강행하는 등 강성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난 2006년의 노사협상은 언성 한 번 높이는 일 없이 순조롭게 끝났다.


반면 올해 미국 프로농구(NBA) 노사협상은 양자간 의견 충돌이 거듭된 끝에 결국 ‘파업’과 ‘직장폐쇄’라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NBA사무국은 선수들의 과욕을 비난하지만, 사실 NBA 선수들의 평균연봉은 MLB의 그것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특히 NBA에는 연차별 연봉 상한제와 소프트캡이 있어서 선수들의 연봉에 여러 제한이 가해지는 반면 MLB에는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MLB에는 NBA에서 상상하기도 힘든 고액연봉자가 수두룩하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이는 결국 MLB와 NBA의 수익 차이에서 발생한다.


MLB구단들은 지난 2009년 총 5억2천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익과 매출이 상승세다. 자연히 선수들의 연봉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매년 어마어마한 고액장기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NBA의 2009년 영업이익은 2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며, 11년만에 처음으로 구단 가치가 평균 3.2% 감소하는 등 최악의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자연히 노동자(선수)들에게 짜게 대할 수밖에 없고, 갑자기 수입이 급감하는 선수들은 이에 반발해 서로간의 대립이 날카로워지는 것이다.


또한 기업 경영이 호조라는 것은 단순히 임금을 높게 책정한다거나 무상주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미래의 비전을 노사가 공유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눈부시다. 영업이익만 6조가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에 상반기 판매대수는 도요타를 넘어 세계 4위까지 올라섰다.


차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에 장기파업으로 공장을 놀리는 것은 ‘엄청난 손해’라는 인식을 노사가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다. “사소한 일로 싸우기보다 더 열심히 일해 회사를 발전시키면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으면, 자연히 협상도 순조로워진다.


‘무분규→ 정상경영→더 높은 실적 →더 높은 임금과 혜택’의 선순환을 그리는 ‘선진적 노사관계’는 결국 회사의 빼어난 실적이 밑바탕에 깔릴 때 비로소 실현된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안재성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