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계 컴퓨터 제조사는 국내에 AS센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고가의 출장비를 부과했고, 정수기업체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상반된 규정을 당당히 내세우며 편익을 취했다.
유명 IT기기 제조사의 전문 유통점은 본사 측과 달리 엉뚱한 규정을 내세워 전문 대리점을 믿었던 소비자의 허를 찔렀다.
소비자들은 “소비자에 대한 배려는커녕 사측 이익과 편의를 앞세운 자체 규정”이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 제조사 내부 규정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조치가 없는 실정이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업체 측의 '멋대로'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델(DELL), 출장AS비 피하고 싶어도 못 피해
12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거주 편 모(남.50세)씨는 델 측의 기이한 AS정책에 혀를 내둘렀다.
지난 2009년 말 70여만 원에 델 컴퓨터를 구입한 편 씨는 지난달 품질보증기간을 넘기고 먹통이 된 모니터 때문에 AS를 문의했다가 깜짝 놀랐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고가의 출장비가 청구됐던 것.
편 씨는 고객센터로부터 ‘AS기사 공인출장비용으로 6만7천원이 든다’는 안내를 듣고 유상수리비도 모자라 출장비까지 지불할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한다.
편 씨는 “출장비를 피하려고 서비스센터에 직접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국내에 서비스센터가 없어 출장방문 외에는 AS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델코리아 관계자는 “원격AS로 해결될 수 있는 고장이 아니라면 현재로선 출장비 부담을 피할 방법이 없다”며 “1차로 원격진단 후 문제해결을 하지만 출장서비스는 품질보증기간이 경과하면 6만7천원의 공인 출장비가 청구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격진단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 굳이 출장AS를 받을 필요가 없고, 제품구입 시 'AS서비스상품'을 함께 구입하면 품질보증기간과 고장 횟수에 관계없이 구입한 서비스상품에 정해진 기간 동안 무상AS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현대위가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뭐야?
전남 익산시 부송동 거주 현 모(남.47세)씨는 현대위가드 측으로부터 소비자분쟁해결과 상반된 처리를 받고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 씨는 지난달 9일 매월 1만9천900원씩 3년간 불입하는 조건으로 현대위가드 정수기를 렌탈했다. 설치비는 3만원이 별도로 청구됐다. 그러나 구입 직후부터 작동이 되질 않았고 AS기사로부터 정수기가 ‘불량’이라는 진달을 받고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현대위가드 측은 자신들만의 법칙을 내세워 불합리한 민원 처리를 했다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계약해지할 경우 사업자는 등록비 상당의 손해배상금액을 소비자에게 반환해야 하며, 소비자는 사용기간에 비례하여 정산한 월임대료를 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해두고 있다.
하지만 업체는 임대료(1만9천900원)가 아닌 설치비(3만원)를 소비자에게 청구했다. 등록비 상당의 금액에 속하는 설치비를 현 씨에게 반환해야 하지만 오히려 더 큰 비용을 부담케 한 셈이다.
현 씨는 “소비자 과실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불량제품의 설치비용을 왜 책임져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현대위가드 관계자는 “설치비는 인건비에 속해, 제품불량과 관계없이 고객이 부담해야 하며 월 사용요금인 1만9천900원은 환불처리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 씨는 14일이라는 반품 기한을 넘기지 않기 위해 설치비 3만원을 물고 정수기를 돌려보냈다.
◆ 애플 전문매장, 본사 규정과 따로국밥
애플사 제품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윌리스’(Willy’s)의 경우는 본사 방침과 다른 규정을 적용해 소비자를 갸우뚱하게 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사는 정 모(여.22세)씨는 지난 3월 초 월리스에서 아이팟터치 4세대(32G)를 42만 9천원에 구입했다.
구매 후 근처의 카페로 자리를 옮겨 기기 박스를 개봉한 정 씨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 졌다. 본체 뒷면에 세로로 선명하게 긁힌 자욱이 눈에 띄었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여기저기 긁힌 곳이 상당수였다.
당황한 정 씨는 곧바로 윌리스에 상황을 설명하고 교환을 요구했다. 불과 한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라 당연히 교환을 기대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윌리스 측은 "방금 제품을 샀다 하더라도 포장을 밖에서 풀 경우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정 씨가 납득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판매점은 구입 영수증에도 같은 내용이 나와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정 씨는 별도리가 없어 문제가 된 제품을 사용 중이라고.
정 씨는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마련한 돈으로 구입한 새제품에 온통 흠집이 있다니 사기 당한 기분”이라며 “구입하자마자 이런 일이 생겼는데도 규정만을 내세운 채 교환을 거부하는 판매점의 태도에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윌리스 관계자는 "제품을 제조하는 애플사의 규정에 따른 조치일 뿐"이라며 “제품 기능상의 치명적인 결함이 아닌 기스나 유격 등의 이상, 사용자 과실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지의 취재 결과 애플코리아 측의 입장은 달랐다.
관계자는 “자체 운영하는 ‘애플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 구입 후 2주가 경과되지 않았다면 기스 등의 문제가 발견되면 교환이 가능하다”며 “온라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직영점 '애플스토어'가 아닌 판매 대리점의 경우 이러한 규칙을 자체적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윤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