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텍과 STX의 투자자들은 추석 명절이 죽을 맛이다.
추석을 나흘 앞두고 분식회계설로 주식매매가 중단된 신텍 투자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삼성중공업의 인수의지에 변화가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TX 투자자들은 내달 24일 하이닉스 본입찰 결과만 바라보고 있다. 이미 STX 주가가 반토막 난 상황에서 재무유동성 논란마저 여전한 가운데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주가 반등이 가능할지 기대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신텍 투자자들은 이번 분식회계설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주식거래가 재개될 10월에 코스닥시장에 한바탕 쓰나미가 몰려올까 우려하고 있다.
신텍은 코스닥 우량기업으로 올해 초 1만원대를 간신히 넘던 주가가 지난 7월 말 2만6천400원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6일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식매매가 정지됐다. 전날 신텍의 종가는 1만9천원이어서 앞으로 주가 급락시 일부 투자자들의 손실이 막대할 전망이다.
한 신텍 투자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인수문제, 새벽 제보에 당일 장 시작전 거래소 측의 거래정지 결정, 주가의 깊은 연루성 등 앞으로 진행될 시나리오가 한편의 007시리즈를 방불케 한다"며 "많은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명확한 조사결과가 공개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신텍은 지난 7일 오후 자사의 재무제표상 수익성 표시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며 한 달간 재감사를 실시하겠다고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에 답했다.
삼성중공업 출신들이 모여 지난 2001년 설립된 신텍은 화력발전 및 산업용 보일러 전문업체로, 그동안 삼성엔지니어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12일 조용수 신텍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27%를 415억원에 인수키로 결정했으나, 신텍이 분식회계설에 휘말리면서 내달 중으로 인수계획을 미뤘다.
신텍은 시가총액이 1천800억원을 웃돌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45%를 넘어선다. 분식회계설이 불거진 사흘 동안 신텍이 주주들에게 한마디 사과나 진정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은데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STX 투자자들 역시 지난 7월8일 회사가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계속된 주가 하락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올해 2월8일 STX는 장 중 3만5천809원까지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유상증자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주가는 하이닉스 인수, 미국발 글로벌 증시불안 등으로 떨어져 지난 8월22일 1만3천750원까지 폭락했다. 지난 9일 STX 종가는 1만5천450원으로 소폭 회복됐다.
STX가 인수하려는 하이닉스의 인수 가격은 지난 9일 종가(1만9천900원)를 기준으로 2조9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STX의 현금 및 현금성자금은 올 6월 말 현재 STX조선해양 1조3천억원, STX팬오션 약 5천억원, STX 1조3천억원 등으로 지난해 2조5천억원이 넘던 규모가 2조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축소된 상태다.
특히 STX는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끌어들인 재무적투자자(FI)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IPIC)의 자회사 '아바르'로 알려지면서 국부 및 기술 유출 논란에도 휩싸였다.
IPIC는 과거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인수한 뒤 현대중공업과 국내외 법원을 오가며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비석유부문 투자회사다.
일부 STX 투자자들은 "다롄조선소를 매각하면 회사의 재무유동성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누가 4조원에 인수할지 의문"이라며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중동펀드를 끌어들인다고 하지만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편 STX와 경합을 벌이고 있는 SK텔레콤은 최근 하이닉스 채권단이 신주발행과 구주매각 비율을 14:6으로 사실상 결정하면서 추석 이후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신주발행 비율이 확대된 것이 자금부담을 덜 수 있다며 환영하고 있다.
앞서 강덕수 STX 회장은 시장의 불안감을 의식한 듯 하이닉스 인수 실사가 "잘 되고 있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